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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홍콩, 그리고 한국 청년들]⑥신지예 "홍콩의 민주주의를 위해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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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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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정부의 ‘송환법’(범죄인 인도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가 12월까지 이어지고 있다. 국가 폭력에 저항하는 수백만명의 목소리는 국제적 연대의 물결을 만들었다. 저항의 메시지가 적힌 ‘레넌 벽’이 홍콩을 넘어 한국 곳곳에 세워졌다. ‘스탠드 위드 홍콩(Stand with HongKong)’ 해시태그(#)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번졌다.

한국에서 홍콩 시민들과의 연대를 이끌어온 청년들은 지난 24일 ‘민주파’가 승리한 홍콩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남은 과제가 많다고 말한다. 아직 ‘더 많은 연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한국 청년 8명은 ‘홍콩 민주항쟁에 함께 하는 한국 청년들 이야기’라는 주제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글과 함께 각자의 자리에서 1인 시위도 진행한다.

제안자들은 “(구의원 선거 이후에도) 홍콩과 중국 정부는 5대 요구안 수용을 거부했고 경찰폭력으로 인한 수많은 희생자에 대한 진상규명이라는 중요한 과제도 남아있다”면서 “홍콩 시민들에게 힘을 실어주고자 릴레이 1인 시위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경향신문은 1인 시위에 나선 청년 8명의 이야기를 2~5일 연재한다.


지난 11월 홍콩에서 열린 구의원 선거가 71.2%라는 전례없는 투표율로 치뤄졌다. 시위대를 대변하는 민주파가 전체 의석의 75%를 차지하며 압승했다. 그러나 홍콩 시민이 바라는 미래는 쉬이 오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캐리 람 행정장관은 시위대가 요구하고 민주파가 주장하는 ‘행정장관 직선제’를 거부했다. 시위대를 ‘폭도’로 규정한 것도 아직 철회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년 3월까지 치안 강화를 위한 경찰 병력을 2000명 가까이 충원한다고 밝혔다. 홍콩 시민들의 시위에 강경하게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거리낌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캐리 람 행정장관에게 묻고 싶다. 누가 폭도란 말인가?

홍콩을 통해 오키나와, 타이완 그리고 제주도. 동아시아의 세 섬을 생각해본다. 세 섬은 같은 시대에 국가폭력에 의한 비극을 겪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오키나와는 끔찍한 전쟁터였다. 1945년 태평양전쟁 중 패배를 앞둔 일본군은 오키나와 주민들에게 수류탄을 이용한 강제 자살을 요구했다. 강한 오키나와 사투리를 쓰는 원주민들은 미군 스파이로 몰려 살해 당하기도 했다. 전쟁 동안 섬 주민 1/3인 10만명 이상의 민간인이 목숨을 잃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타이완은 중국 국민당을 통해 중국으로부터 지배 받았다. 그러나 식민지에서 살던 타이완 다수 주민인 본성인과 중국에서 새로 이주한 외성인 간의 불평등은 갈수록 극심해졌다. 1947년 불평등에 분노한 타이완 시민이 항쟁을 일으켰고 중국 국민당 정부는 무차별적 학살로 대응했다. 2·28사건이다. 경찰과 군인은 총 뿐 아니라 기관총과 대포도 사용했다. 당시 3만명 가량의 시민이 살해되거나 실종되었다.

제주도 마찬가지다. 1947년 시민을 향한 경찰의 발포에 제주도민은 저항했다. 그러자 한국정부는 제주도민을 빨갱이 폭도라고 규정하고 무자비하게 학살했다. 4·3사건으로 일컬어지는 이 때에 여성, 남성, 어린아이 할 것 없이 수만명의 시민이 군경에 의해 학살당했다. 몇년 전에는 도민의 의사를 묻지 않은 제주해군기지가 제주도에 세워졌으며 현재 제주도는 미국의 군사전략기지로 쓰이고 있다.

제국주의와 국가폭력 앞에 섬은 짓밟힌다. 본토를 위해 전략적으로 이용되면서도 결국은 수탈당한다. 살아가는 이들은 정체성을 규정 당하고, 시민권을 부정 당한다.

제주도, 오키나와, 타이완까지 국가 폭력과 제국주의로 점철된 과거가 오늘날 홍콩에서 재현되지 않기를 바란다.

나는 홍콩 시위대를 지지한다. 흔들리지 않는 민주주의와 법치 아래 홍콩 시민의 시민권이 보장받기를 바란다. 이는 더 나은 동아시아 평화에 일조할 것이다.

홍콩은 영국의 것이 아니다. 물론 미국이나 중국의 것도 아니다. 홍콩은 홍콩 시민의 것이다.

광주 민주화운동 당시 한국 시민들의 편에 섰던 전세계 시민들의 목소리를 생각해보라. 한국은 이들에게 빚을 졌다. 이제 그 빚을 갚을 때가 왔다.

얼마 전 미국 의회에서 ‘홍콩 인권법’이 제정되었다. 중국이 홍콩에 일정 수준의 자치권을 보장하지 않으면 미국 과의 무역 등에서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그러나 한국 기성 정당들은 법안은 커녕 어떤 논평도 내지 못하고 있다. 이제 대한민국 정치권도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 홍콩 민주주의의 봄을 함께 열어가야 한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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