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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택시 갈등' 다르지 않은데…우버가 호주에 안착한 비결 3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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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시드니(호주)=김지영 기자] [교통 정책 콘트롤타워…'소비자 편익' 우선 정책…모빌리티의 상생의지와 실천]

머니투데이

미치 쿠퍼(Mitch Cooper) 호주·뉴질랜드 대외정책 총괄이 4일 호주 시드니에 위치한 우버 호주 법인에서 기자들과 만나 '호주의 승차 공유: 승차 공유를 위해 지나온 과정'을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사진=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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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극한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는 ‘타다’처럼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기존 택시업계와의 갈등은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승차공유 서비스 우버가 2012년 진출한 호주도 예외는 아니다. 우버는 2012년 시드니에 ‘우버 블랙’으로 진출한 이래 현재 호주 37개 도시에서 서비스 중이다. 액티브 사용자수 380만명, 액티브 드라이버 6만7000명을 각각 확보했다. 호주 정부와 우버의 모빌리티 혁신 실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올해 5월에도 6000여명의 택시·렌터카 기사들이 우버를 상대로 피해 보상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그 갈등을 심각하게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버가 이미 호주의 대중 교통 서비스의 일부로 자리 잡았고 다른 국가들과 비교해 안정적인 상생 구조를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우버는 4일(현지시간) 호주 시드니에 한국과 홍콩·대만기자 20여명을 초청, 도심 모빌리티 구현을 위한 정책 변화를 주제로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우버는 기존 택시업계 반발을 딛고 호주에서 대중 서비스로 자리 잡는 과정과 갈등 조율 사례를 소개했다.

택시·렌터카 등 전통 산업의 지속적인 반발에도 불구하고 우버 서비스가 호주에서 빠르게 자리잡을 수 있었던 건 무엇보다 ‘이용자 편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고 있는 호주 정부의 모빌리티 정책 의지 덕분이다. 가령 호주 뉴사우스웨일즈주는 새로운 방식의 이동수단이 늘어나자 통합적인 규제·관리를 담당할 ‘포인트 투 포인트 위원회’(P2P 위원회)를 꾸렸다. P2P위원회는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택시와 승차 공유, 마이크로모빌리티 등 다양한 교통 관련 정책을 관장하며 이해당사자들의 협의를 이끌어내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다. 국토교통부(교통), 지방자치단체(지역 교통과 요금),과학기술정보통신부(IT정책) 등으로 흩어져 있어 통합된 정책 수립이 어렵고, 사업자가 일일이 정부부처와 국회를 찾아 설득해야 하는 우리와는 상황이 다르다. 미치 쿠퍼 우버 호주·뉴질랜드 대외정책 총괄은 “주 전체 교통 규제를 관장하는 P2P위원회에서 모든 조율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P2P위원회는 2017년 2월 우버를 비롯한 승차공유 서비스에 대해 이용 횟수당 1달러씩 분담금을 5년간 부과하기로 합의했다. 모빌리티 서비스에 대한 현지 주 정부 중 가장 파격적인 정책이다. 우버 등 모빌리티 사업자들이 낸 분담금은 영업 손해를 보는 기존 택시 면허 운전자들을 위한 보상금 재원으로 쓰인다. 뉴사우스웨일즈주 정부는 5년간 2억5000만달러 규모 펀드를 조성했다. 분담금은 사용자가 우버를 이용할 때 자동 부과된다. 대신 서비스 이용자들의 부담이 느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호주의 넓은 국토 면적에 따른 장거리 이동 비율이 높고 비싼 택시 요금 등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이용자들의 선택권을 넓혔다는 게 현지 평가다. 호주 택시비는 경우에 따라 우버 이용요금 보다 2배까지도 비싸다. 현지에서 만난 한 우버 드라이버는 “우버로 35달러로 가는 거리를 택시로 이용할 경우 60~70달러까지 나올 수 있다”고 귀띔했다.

우버가 호주 진출 당시 ‘우버 X’ 대신 고급택시 호출 서비스인 ‘우버 블랙’부터 출시한 건 역시 서비스 안착 비결로 꼽힌다. ‘우버 블랙’으로 사용자들에게 차별화된 이동 수단에 대해 학습한 이후 주력 서비스인 ‘우버X’를 출시한 것. 덕분에 택시업계 반발을 줄일 수 있었다. 미치 쿠퍼 총괄은 “소비자 관점에서 새로운 교통 편익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로 정부, 택시업계와 손잡고 스마트한 규제를 함께 설계하고 발전시킨 결과, 호주는 승차공유 서비스 산업 안착의 글로벌 모범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며 “매번 의견이 일치하지는 않겠지만,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투명하고 솔직하게 대화를 해야 문제점과 이슈들을 원만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시드니(호주)=김지영 기자 kjyou@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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