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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나토 70주년 회동, 정상들 불협화음 속 ‘외교 지뢰밭’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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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마크롱과 IS 놓고 설전…트뤼도엔 “두 얼굴 가져”

3개국 정상들의 트럼프 추정 인물 ‘뒷담화’ 영상 공개도

‘중국의 도전 직시해야’ 공동선언문…회의 의제로 채택

70년 동맹의 역사를 축하하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 영국 런던에서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정상회의가 설전 장소로 전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상대방 면전에서 불만을 터트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을 다른 정상들이 뒷담화하는 영상도 공개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터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나토 근간인 집단방위 의무를 저버리겠다고 위협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3일(현지시간) “동맹 70주년을 축하하기 위한 정상들의 만남이 외교적 지뢰밭으로 변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런던 주재 미국대사관저에서 열린 양자회담에서 얼굴을 붉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크롱 대통령을 향해 많은 이슬람국가(IS) 포로들이 프랑스와 영국, 독일 등 유럽 출신이라며 “몇명이나 필요한가. 내가 줄 수 있다”고 했다. 특유의 조롱 섞인 농담을 던진 것이다. ‘미국이 등을 돌려 나토가 뇌사했다’는 마크롱 대통령의 지난 10월 비판을 염두에 둔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마크롱 대통령은 “좀 진지해지자. 유럽 출신 IS 전투원들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대부분은 시리아와 이라크 출신”이라고 맞받았다. 또 “(미국이) IS 위협에 맞서기 위해 노력해온 중동을 불안정하게 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0월 트위터 메시지로 미군의 시리아 철군 소식을 알린 일을 꼬집은 것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것 중 가장 말이 안되는 대답이지만 괜찮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의 회담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당신 나라는 얼마나 내고 있느냐”고 물었다. 트뤼도 총리가 “최근 몇년 동안 70%를 증액했다”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구체적인 숫자를 말해달라고 압박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무대를 괴롭힘과 농담의 장으로 만들었다”고 했다.

전날 버킹엄궁에서 열린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영국과 프랑스, 캐나다 정상이 ‘누군가’에 대해 뒷담화를 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도 이날 공개됐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마크롱 대통령에게 “그게 당신이 늦은 이유냐”고 묻자, 트뤼도 총리가 “그가 40여분 동안 즉석 기자회견을 하는 바람에 그(마크롱 대통령)가 늦었다”고 대신 답했다. 트뤼도 총리는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 등을 향해 “‘그’의 팀원들조차 매우 놀라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그’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일 것이라고 가디언은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영상 뒷담화를 의식한 듯 트뤼도 총리를 향해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비아냥댔다.

마크롱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터키는 우리와 어깨를 맞대고 함께 싸웠고 싸운 이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이고 있다. 때로는 IS의 대리자들과 협력한다”고 비판했다. 앞서 에르도안 대통령은 런던으로 출발하기 전 나토 동맹국들이 ‘쿠르드족=테러집단’이라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폴란드, 리투아니아 등 회원국을 러시아 침공으로부터 방위하겠다’는 나토 구상을 승인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나토 근간인 집단방위 의무를 부인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이 발언을 비판한 것이다.

나토 정상들은 4일 “안보를 위해 미래를 함께 내다봐야 한다”는 원론적인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다만 정상들은 선언문에 ‘중국의 도전을 직시해야 한다’는 취지의 문구도 담았다.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에 대한 우려가 처음 포함된 것이어서 배경이 주목된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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