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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문재인 케어 수혜 못받는 혁신 신약...재정낭비 논란속 신약 접근성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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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약제비 비중 문재인 케어 원년 2017년 16.5%서 올해 18%로 소폭 상승...OECD 평균 절반 안돼
뇌 MRI 등 고가장비 검사 급증으로 재정적자 우려 커져…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 효율 제고 노력 시급

조선비즈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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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 이후에도 말기 암·희귀질환 등을 앓고 있는 중증 환자들의 신약 접근성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문재인 케어로 비용을 줄이게 된 뇌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검사와 초음파 검사가 크게 늘어나면서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건보 보장성 강화 정책의 실효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5일 한국글로벌의약산업협회(KRPIA)가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 자료를 토대로 조사한 결과, 우리나라는 올해 기준 전체 건강보험 적용 약제비 지출 중 항암제, 감염질환, 혈우병 등 중증질환 건보 적용 약제비 금액 비중이 18%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국가 평균 비중 38%의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문재인 케어가 시행된 2017년의 16.5%에 비해 1.5%포인트 상승했지만 OECD 평균의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에 머물고 있는 건 변함 없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미용, 성형, 건강검진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비급여 치료 항목에 건보를 적용, 개인 의료비 부담을 경감할 것을 약속했지만 상대적으로 중증환자들의 부담 감소는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복지부는 항암제는 2020년, 일반약제는 2022년까지 단계적으로 건강보험 적용 확대를 검토하고 적용이 어려운 경우 본인부담률을 차등해 보험을 적용하기로 밝힌 바 있다.

김성호 KRPIA 전무는 "건보 보장성 확대 정책으로 혁신 신약과 중증·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바뀐 것이 없는 것 같다"며 "국내에서 감기, 항생제 등 처방에 쓰이는 돈이 많고, 암이나 희귀질환 치료 등 생명과 직결되는 혁신 신약은 가격이 비싸다는 이유로 건강보험 급여 혜택이 제한적"이라고 했다.

실제 2005년 이후 출시된 의약품 국가별 판매 비율로 측정한 우리나라의 신약 접근성은 31개 국가 중 19위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부지홍 아이큐비아 상무는 "현행 건강보험 급여 체계 기준을 따르면 54개 신약이 출시된다고 가정하더라도 향후 10년간 건강보험 재정 지출 영향은 약 0.6%로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경증 질환 환자 처방에 몰린 약제비 지출 구조를 개선하고, 암이나 중증 질환 환자들을 위한 보장성을 강화해 신약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이큐비아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국민 1인당 연간 소화제 사용량이 19.8%로 OECD 평균 7.5% 대비 약 2.6배 높았다. 국민 1인당 연간 제산제 사용량 역시 한국은 22.8%로 OECD 평균 10.8% 대비 약 2.2배 웃돌았다. 국민 1인당 연간 항생제 사용량 역시 한국은 27.4%로 OECD 평균 15.1% 대비 약 1.8배 수준이다.

특히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고가 장비를 이용한 검사 비용 부담이 줄면서 검사 건수가 급증해 재정낭비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문재인 케어에 따라 지난해부터 상복부 초음파, 뇌·뇌혈관 MRI 등에 보험이 적용됐고, 올해 하복부·비뇨·생식기 초음파와 전신 MRI 등에서 보험 적용이 확대됐다. 2021년에는 근골격 MRI 검사를 받는 환자도 건강보험 혜택을 받게 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장정숙 대안신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뇌·혈관 MRI 급여화 직후 6개월(지난해 10월~올해 3월) 전체 MRI 촬영 건수는 149만5000건으로 직전 6개월(지난해 3~9월·73만건)의 2배에 달했다. 진료비도 같은 기간 1995억원에서 4143억원으로 약 2배 불어났다.

이에 따라 문재인 케어가 재정낭비를 야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문재인 케어 시행으로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은 8년 만에 첫 적자로 돌아섰다. 지난해 말 기준 20조5955억원에 달하는 누적적립금은 오는 2024년 소진될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최근 이같은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막기 위해 불필요한 급여 지출을 연간 3%씩 줄이겠다는 목표까지 세운 상황이다.

문재인 케어 정책 수혜가 비용 부담으로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하는 중증 질환 환자에게 돌아가지 않는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KRPIA 관계자는 "2004년~2012년 사이 국내에서 신약이 등재되지 않았다면 의료기관 이용일수는 실제보다 약 31% 증가했을 것으로 추산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면서 "신약 접근성을 높이면 국가에서 궁극적으로 건보 지출로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일각에선 ‘오죽하면 혁신 항암제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해 개 구충제를 먹겠나’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했다.

정부도 약가 제도 개편안을 검토 중이다. 곽명섭 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조건부 비급여 의약품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단계적으로 건보 적용 등을 통해 보장 범위를 확대하고자 한다"면서도 "중증 암 환자나 희귀질환 등 환자들을 위한 신약 건보 적용을 위해서는 재정적 한계가 극복해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 약가 지출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한 지불제 개선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panda@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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