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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8 (금)

[투자노트] ‘엔비디아 랠리’ 끝났나, 또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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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엔비디아(Nvidia) 최고경영자 젠슨 황.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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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제패한 엔비디아가 20·21일에 이어 24일(미국 시각)에도 하락 마감했다. 앞서 18일 주당 135.58달러로 마감하며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전 세계 시가총액 1위(3조3350억 달러)에 오른 직후, 3거래일 연속 내렸다. 엔비디아는 24일 6.68% 내린 118.11달러로 거래가 끝나며 3거래일간 13% 가까이 하락했다. 전고점 대비 10% 넘게 떨어지며 주가가 조정의 영역에 들어섰다. 시총 3조 달러도 내줬다.

엔비디아 주가 하락을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정점을 찍었다와 더 오를 수 있다의 대결이다. 먼저 주가가 끝모르고 올랐던 만큼 차익 실현과 고평가 우려 매도가 겹쳐 조정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엔비디아 시총이 1조 달러에서 올해 2월 2조 달러를 돌파하기까지 9개월이 걸렸는데, 이달 3조 달러를 넘어서기까지는 3개월 조금 더 걸렸다. 그만큼 빠른 속도로 주가가 급등했다.

다른 쪽에선 주가가 조금이라도 떨어졌을 때를 진입 포인트로 삼아 매수할 때라고 말한다. 미국 투자은행 제프리스는 23일(미국 시각) 엔비디아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고, 목표주가를 135달러에서 150달러로 올렸다. 제프리스는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를 가리켜 “킹이자 킹메이커”라고 표현했다. 앞서 19일엔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엔비디아에 대해 주가 급등으로 차익 실현 수요에 취약하지만, 변동성은 단기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BoA는 생성 AI 하드웨어는 5년 사이클 중 2년째에 불과하고 소프트웨어면에서도 성장 여지가 크다며 엔비디아 목표주가로 150달러를 제시했다. 한국 투자자가 지금 엔비디아 주식을 사려면 달러당 1500원에 가까운 높은 환율(원화 약세)을 감수해야 한다.

엔비디아 주가 움직임은 국내 증시에서 대표적인 엔비디아 수혜주인 SK하이닉스와 한미반도체 주가에 곧바로 반영됐다. SK하이닉스는 24일 4.7% 하락한 22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3000억 원어치 순매도한 여파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총 3880억 원 규모로 순매도했는데, 순매도액의 80% 가까이가 SK하이닉스에 집중됐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11거래일 연속 SK하이닉스를 순매수하다가, 19일부터는 4거래일 연속 매도 우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핵심 부품인 HBM(고대역폭 메모리)을 엔비디아에 거의 독점 공급하며 엔비디아 대세장에 올라탔었다. SK하이닉스가 23만 원대에서 기세가 꺾인 것은 역시나 엔비디아가 주춤한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됐다.

HBM 장비 제조사 한미반도체도 24일 3% 가까이 하락 마감했다. 한미반도체는 SK하이닉스에 HBM 생산의 핵심 장비인 TC본더(열과 압력을 이용해 칩을 적층하고 전기적으로 연결하는 장비)를 공급한다.

반면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하지 못해 고전하던 삼성전자는 그래서인지 반도체주 조정을 살짝 비껴갔다. 삼성전자는 24일 외국인 순매수에 힘입어 상승 마감하며 ‘8만전자’를 사수했다. 삼성전자는 아직 엔비디아의 HBM 검증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2019년 HBM 개발팀을 축소한 후 SK하이닉스에 뒤처져 고전하고 있다. 김광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삼성전자의 HBM3E 8단 제품은 이르면 3분기 초, 12단 제품은 3분기 말쯤 고객사 품질 테스트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가는 반도체주의 향후 분위기와 관련해 26일(미국 시각) 장 마감 후 발표 예정인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3분기 실적에 주목하고 있다. 씨티는 HBM칩과 기존 D램 부문 호조를 이유로 마이크론을 최선호주로 꼽고 목표주가를 150달러에서 175달러로 올렸다. 26일엔 엔비디아의 연례주주총회도 열린다.

강진혁 신한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마이크론의 실적 발표가 반전의 계기가 될지, 더 가파른 조정의 빌미가 될지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김남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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