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2 (일)

학교가 준 기금 교수가 뺏는 ‘수상한 대학 장학금’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헤럴드경제

[그래픽=이슈섹션]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이운자] 교수의 제안으로 장학금을 받은 학생들이 수년간 이를 다시 해당 교수가 지정한 계좌로 돈을 입금해온 사실이 알려져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부산 한 사립대학교에서 교수들이 수년간 학생들에게 지급된 장학금을 다시 돌려받아 다른 용도로 썼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교수가 먼저 장학금을 줄 테니 다시 돌려달라고 제안했는데 학생들은 불이익을 받을까 봐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지시에 따라야 했다.

5일 부산 모 사립대학교 관계자와 졸업생 등에 따르면 이 대학 일본어 창의융합학부(일본어 학부) 교수들은 월급에서 월 1∼2만원씩 학부발전기금을 냈다.

해당 학부는 이 돈으로 학기마다 학생 1명에게 장학금 혜택을 주기로 결정했으며 대상자도 교수들이 직접 선발해 학교 본부에 보고했다. 이에 학교 측은 해당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줬지만 정작 학생들은 이 혜택을 누리지 못했다.

이는 장학생으로 선발되기 전 교수들이 특정 사업에 참여했던 학생들에게 한 ‘수상한 제안’ 때문이다.

교수들은 장학금 250만원을 줄 테니 지정된 계좌로 수고비 2만원을 뺀 248만원을 입금하라고 제안했다. 이러한 부정 수급행위는 알려진 것만 10년 가까이 되면 총 17명의 학생이 동원됐지만 이 사실은 외부로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장학금 지급 명단에 이름을 올린 학생들 대부분이 정부가 대학에 지원하는 청년 해외 취업 프로그램인 청해진 사업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학생들은 해외 취업과 관련 일정 부분 결정권을 쥐고 있는 교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학교 구성원들은 증언한다.

장학금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도 실제 돈은 받지 못한 학생들은 학교에서 주는 다른 장학금을 받지 못할 수도 있었지만, 교수의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했다.

경찰은 최근 해당 사건에 대한 진정서를 접수해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교수들에게 반환된 장학금이 어디에 쓰였는지 통장 내역 확인과 참고인을 불러 조사 중이다. 학교 측도 진상조사단을 꾸리고 자체 조사에 나섰다.

문제의 교수들은 학생들이 학교 발전을 위해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돌려줬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대학 한 졸업생은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자발적으로 장학금을 돌려준 것은 절대 아니다”라며 “교수 부탁을 거절하기 힘들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대학 본부 관계자는 “반납된 장학금을 학부에서 학생 J.TEST(실용 일본어 검정시험) 응시 비용 지원과 학생 일본 연수 탐방 교통비 등 자체 예산으로 쓴 것으로 파악된다”며 “또 일본어 학부가 교수들이 돈을 모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다는 것을 다른 과에 과시하기 위해 학교에는 장학금을 지급한다고 하고 그 돈을 학부예산으로 써온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yihan@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