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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비즈톡톡] 日과 밀월하는 中... 한국 게임계는 '패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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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게임 유통 허가증(판호·版號) 문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이 내려지며 2017년 초를 끝으로 한국 게임 판호 발급은 중단됐습니다. 한국 게임이 정치·외교 문제로 발 묶인 사이, 세계 1위인 중국 게임 시장에는 일본 업체들이 치고 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본 닌텐도는 오는 10일 자사 게임기 ‘스위치’를 중국에 정식 발매합니다. 파트너는 중국 최대 게임업체 텐센트로, 닌텐도 게임기가 중국에 정식 발매되는 건 처음입니다. 가격은 2099위안(약 35만원), 게임당 가격은 299위안으로 책정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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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는 중국 텐센트와 손잡고 오는 10일 중국에 자사 게임기 ‘스위치’를 정식 발매한다. 스위치는 예약 시작 9시간만에 10만대 이상이 판매되는 등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텐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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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문을 두드린 닌텐도에 현지 반응은 폭발적입니다. 닌텐도 전문 매체 닌텐도수프(NintendoSoup)에 따르면, 닌텐도 스위치는 지난 4일 징동닷컴(JD.com)에서 예약판매를 시작한지 9시간만에 10만대가 팔렸습니다. 티몰(Tmall) 등 다른 유통망을 감안하면 실제 예약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국 게임산업의 주력인 온라인·모바일 게임 시장에선 중국과 일본의 ‘밀월’이 더욱 노골적입니다. 중국은 2018년초 중단했던 외자판호(수입 판매 허가) 발급을 지난 3월부터 재개했습니다. 사드배치에 대한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2017년 3월 이후 한국 게임은 아직까지도 외자판호를 받지 못했지만, 일본 게임은 계속해서 판호를 받고 있습니다. 게임업계는 올해 들어 발급된 전체 외자판호 중 30~40%가 일본산(産) 게임이라고 파악합니다.

일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들은 중국 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중국 게임사가 일본 IP를 빌려와 대신 제작한 게임들입니다. 인기 만화 나루토 IP를 사용한 ‘화영닌자(火影忍者)’는 한국에선 존재감이 미미하지만, 중국에선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일본 유명 게임 랑그릿사 시리즈 IP를 활용한 ‘랑그릿사 모바일’은 중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구글플레이 매출 10위권에 들며 인기입니다.

5일에는 중국 란투게임즈가 일본 유명 만화 헌터X헌터를 바탕으로 제작한 모바일 게임 ‘엽인(獵人)’이 중국 애플 앱스토어 인기순위 1위, 매출순위 10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란투게임즈는 중국계 룽투코리아와 네이버 일본 자회사 라인이 합작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한국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룽투코리아 주가는 이날 상한가를 기록했습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일본 IP를 활용한 중국 게임들은 일본 자체 제작과 구분이 안 될 만큼 질이 높다"며 "중국의 인력과 일본 IP가 시너지를 내, 중국과 일본은 물론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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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의 회담을 위해 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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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관련 IP가 내자판호(내수 판매 허가)라도 받은 경우는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의 ‘드래곤네스트2’가 유일합니다. 드래곤네스트2는 지난 3일 중국 내자판호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액토즈소프트와 아이덴티티게임즈 모회사는 중국 셩취게임즈(옛 샨다)입니다. 한국 대표는 중국인인 궈하이빈 대표입니다. 이 내자판호 또한 샨다가 신청하고 발급받은 것입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중국 게임사의 해외 스튜디오에서 개발한 게임이 내자판호를 받은 격"이라고 했습니다.

한국 게임업계는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방한에 일말의 기대를 거는 분위기입니다. 2015년 3월 이후 4년 반 만에 이뤄진 그의 방한이 사드보복 해제의 시그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일각에서 나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정·재계 주요 인사 100명과 함께했다는 왕 부장의 ‘한·중 우호 오찬회’에 초대된 한국 게임사 대표는 없다고 합니다. 게임 산업에 우호적인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왕 부장과는 만나지 않습니다. "공은 (한국)외교부로 넘어갔다." 지난 4일 기자를 만난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중앙대 교수)의 말입니다.

윤민혁 기자(beherenow@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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