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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8 (화)

‘중도입국 청소년’ 교육 현실 외면한 법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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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안 받아주는데…입학 여부, 가족 체류 연장 심사에 반영하겠다니…

학교의 기피는 해결 않고

이민자 부모에 책임 전가

‘진학 유도안’ 역효과 우려

“교육부가 대책 마련해야”


결혼이민자인 부모를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학교 교육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자녀의 학교 입학 여부를 체류기간 연장 심사에 반영하겠다는 방안을 정부가 내놨지만,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주민 지원단체들은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모가 안 보내서가 아니라 학교가 받아주지 않기 때문”이라며 “외국인 부모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지난달 25일 외국인 등록사항에 ‘학교명’을 추가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중도입국 청소년 진학 유도 방안’을 발표했다. 국내에 중도입국 청소년 3938명이 있으나, 이들 중 몇 명이 학교에 다니고 있는지 확인이 어려워 실태를 파악하기 위한 조치다. 문제는 법무부가 이를 바탕으로 “중도입국 청소년의 취학 여부를 청소년 본인과 외국인 부모의 체류허가 심사에 반영하겠다”고 한 부분이다.

이은하 성동외국인근로자센터 사무국장은 “부모는 학교에 보내고 싶어 해도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아 못 가는 경우가 더 많다”면서 “학교의 문제는 해결하지 않고 취학 여부를 비자 연장 심사에 반영하는 것은 외국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대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외국인 등록사항에 ‘학교명’을 추가하는 것은 실태 파악조차 안되고 있는 지금 필요한 부분이기도 하지만, 이를 체류 심사에 반영한다면 결혼이주자가 아이를 데려오는 것을 주춤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도입국 청소년의 입학허가는 각 학교장의 재량에 맡겨져 있다. 그러다보니 한국말을 잘하지 못한다거나 서류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중도입국 청소년의 입학을 거부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지난 7월에는 베트남에서 온 중도입국 청소년이 한 달 새 5개 중학교에서 모두 입학을 거절당한 일이 있기도 했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2016년 9~18세 중도입국 청소년 276명을 대상으로 ‘입학기간이 3개월 이상 걸린 이유’를 물었을 때 ‘부모님이 다니지 말라고 해서’라고 답한 응답자는 단 0.5%였다.

법무부는 ‘불가피한 사유로 취학하지 못한 중도입국 청소년은 대안학교 재학을 인정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중도입국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가 그만큼 많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해령 무지개청소년센터 초기지원팀장은 “학교장 재량으로 ‘학력심의위원회’를 두고 시험 등을 통해 입학 희망자의 학력 수준을 엄격히 따진 후 허가를 내주는 고등학교도 있다”면서 “중도입국 청소년이 학교에서 배제되지 않게 교육부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학교의 입학 거부 문제는 교육부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 절차를 안내하고 서류를 간소화하는 등 중도입국 청소년 대책을 매년 시행하고 있지만, 학교가 중도입국 청소년 입학을 거부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마련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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