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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치매 노인에까지 DLF 판매…분조위 “은행 본점 내부 통제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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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 책임 물은 첫 사례…역대 최대 배상 비율 조정 결정

시민단체·전문가 “불완전 판매는 사기, 피해자에게 일괄 배상”

금융감독원이 5일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에 대해 최대 80%까지 역대 최고 수준의 배상을 결정한 것은 금융사들의 불완전판매가 그만큼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번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결정은 최초로 은행 본점 내부 통제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물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이번 사태는 사회적 이슈로 부각돼 금감원 내 여러 부서가 모든 부문을 검사한 첫 사례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품 출시에서 판매까지 전 과정에서 심각한 내부 통제 부실이 발견됐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은행들이 완전판매 관행을 세우고 투자자 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분조위가 발표한 사례를 보면 우리은행은 투자 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 노인에게 DLF를 판매해 80% 배상 조정 결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은 이 노인에게 DLF를 팔기 위해 투자성향을 ‘적극투자형’이라고 임의 작성하고, ‘위험등급 초과 가입 확인서’에 별도 설명 없이 서명하게 했다. 이로 인해 이 노인은 원금의 21%를 잃었다. 우리은행은 또 60대 주부에게 “손실 확률이 0%”라며 팔았다가 75% 배상 결정을 받았다.

하나은행은 정기예금을 문의하는 고객에게 DLF를 판매한 사례로 65% 배상 조정을 받았다. 직원이 고객에게 예금이 아닌 DLF를 권유했고, 기초자산에 대해 잘못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하나은행은 초고위험 상품 목표고객을 ‘정기예금 선호고객’으로 선정해 65세 이상 고령자에게 DLF 상품의 59.6%를 팔았다.

우리·하나은행은 분조위 배상 결정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두 은행은 총 7950억원어치의 DLF를 판매했다. 지난달 8일 기준 가입자 약 3600명의 평균 손실률은 52.7%, 최대 손실률은 98.1%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의 중도 환매 및 만기 도래로 손실이 확정된 투자금은 2080억원,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투자금은 5870억원 규모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배상이 미흡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금융사의 불완전판매는 사실상 금융사기에 해당한다”며 “특히 고령의 치매 환자에게도 20%의 투자 책임을 묻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고 말했다. DLF 상품 투자 피해자들로 구성된 DLF·DLS피해자대책위원회와 금융정의연대는 “불완전판매가 아니라 ‘사기’ 판매로 규정해야 한다”며 “개별 분쟁조정이 아니라 집단 분쟁조정 방식으로, 피해자 전체에 대한 일괄 배상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금감원은 “사법당국의 조사에 따라 사기로 판명이 나면 원상회복 의무가 있어 재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DLF 피해자가 분쟁조정을 통해 배상을 받으려면 손실이 확정되고 불완전판매가 입증돼야 한다. 아직 만기가 끝나지 않은 상품은 만기 또는 중도 해지한 뒤에 분쟁조정을 할 수 있다. 소송 절차를 밟고 있는 경우는 소송 절차를 취하한 후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한다.

김은성·안광호 기자 k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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