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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나토 “중국의 도전, 안보위협” 공식화…손잡고 맞설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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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선언문에 “일대일로 영향력, 해결해야 하는 기회와 도전”

‘전통적 적’ 러시아와 ‘21세기 적’ 중국 밀월강화 속 협력 절실

트럼프 고립주의 행보로 무너진 공조…균열은 갈수록 커져

구소련의 유럽 침공을 막기 위해 1949년 창설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창설 70년 만에 최초로 ‘중국의 도전’을 안보위협으로 거론했다. 나토 29개국 정상은 지난 4일(현지시간) 70주년을 맞아 열린 나토 정상회의를 끝내면서 발표한 공동선언문에 “우리는 중국의 증가하는 영향력과 국제정책이 동맹으로서 우리가 해결해야만 하는 기회와 도전으로 인식한다”(경향신문 12월5일자 23면 보도)고 밝힌 것이다.

나토가 중국을 ‘새로운 도전’으로 지목한 것은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 체제 중국의 무서운 굴기 때문이다. 나토 회원국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유럽은 올 들어 이를 더는 방관할 수 없다고 공식화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3월 보고서에서 “(중국은) 기술 부문 주도권 영역에서 경제적 경쟁자이면서 대안적 통치 모델을 선전하는 체제 경쟁 라이벌”이라고 했다.

실제 중국은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추진하면서 막대한 ‘차이나머니’로 아시아·아프리카·유럽 국가들을 유인하고 있다. 지난 3월 이탈리아는 주요 7개국(G7) 중 처음 일대일로에 동참했다. 중국은 경제적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사력도 강화하고 있다. 나토는 5세대(5G) 기술과 안면인식 기술, 양자컴퓨팅 등 첨단 분야에서의 중국의 기술적 우위도 장래에 군사적 위협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지난달 포린폴리시 ‘올해의 외교인’ 수상식 연설에서 “중국은 곧 세계 최대 경제가 될 것이고 두 번째로 많은 국방예산을 지출하고 있다”면서 중국이 최근 5년간 영국 해군 전체 전력에 맞먹는 80척의 함정과 잠수함을 증강했다고 했다.

게다가 중국은 러시아와 밀월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일 러시아 시베리아의 천연가스를 중국에 공급하는 가스관을 개통하고, 지난 9월에는 러시아와 합동 군사훈련을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4일 두 나라가 경제분야를 넘어 안보분야에서도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양국관계가 군사동맹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고 했다. 나토 입장에선 전통의 적과 21세기의 새로운 적이 손잡은 형국인 것이다.



경향신문

방위비 2% 이상 국가만 오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중앙)이 4일(현지시간) 자국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쓰는 나토 8개국 정상들하고만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왓퍼드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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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나토의 내부 균열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미국이 사실상 경찰국가 역할을 포기하면서 파열음은 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10월 시리아에서의 일방적인 철군 통보와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묵인 등 ‘고립주의’ 행보를 통해 나토 회원국 간 공조를 무너뜨렸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미국이 유럽에 등을 돌려 나토가 뇌사했다”는 지난 10월 발언이 이번 회의기간 내내 논란이 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돌출행동, 방위비 분담금과 시리아 문제 등을 둘러싼 정상들 간 이견이 계속됐다.

이런 상황을 감안할 때 나토 입장에선 중국이라는 ‘새로운 위협’을 지목해 잠시나마 단결된 모습을 보인다는 계산을 할 수 있다. CNN은 “중국이야말로 동맹국들에 나토의 지속적인 존재 가치를 입증하기 위해 필요한 균형추”라고 했다.

그러나 나토가 중국에 맞서 단합된 행동에 나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로이터통신은 “동맹국들이 트럼프 대통령을 기쁘게 하기 위해 중국을 나토의 적이라고 하지만 대부분 유럽인들은 이것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했다. 이탈리아, 그리스 등 EU 회원국 중에서만 12개 국가가 중국과 일대일로 협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보안상 위험을 이유로 사용 중단을 요청한 화웨이의 5G 장비와 관련해서 프랑스와 독일은 사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트럼프 대통령의 안하무인식 행동은 나토 균열의 틈을 벌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방위비 분담금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2% 이상 지출한 8개 국가 정상들하고만 오찬을 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2% 지출 약속을 지키지 않는 회원국들에 대해 “무역으로 걸 것”이라고 했다. 방위비 분담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 국가들의 경우 관세 등을 통해 그만큼의 액수를 받아내겠다고 협박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토 정상들이 자신을 조롱하는 듯한 동영상이 공개되자 공동기자회견에도 불참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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