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해양박물관의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전에 소개된 프랑스 일러스트 작가 라민의 ‘세인트 마티유 등대’.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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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해양박물관이 이름에 걸맞은 독특한 기획전들을 마련했다. 해양박물관이란 특성을 한껏 살린 기획전들은 다른 박물관에서는 쉽게 접하지 못하는 주제의 전시회다.

부산에 자리한 국립해양박물관이 인류의 해양문명사적 차원에서 등대를 다각도로 조명하는 기획전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을 지난 2일 개막한 데 이어, 오는 18일에는 독도에 서식하던 바다포유동물이었으나 일제의 무분별한 남획으로 멸종된 ‘독도강치’를 주제로 한 기획전 ‘강치야 독도야-강치 멸종과 독도 침탈’의 막을 올린다.

‘등대-천년의 불빛, 빛의 지문’전은 고대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파로스 등대가 세워진 이래 지금까지도 여전히 인류와 함께하고 있는 등대를 다채로운 시각에서 살펴본다. 어두운 밤 뱃길을 비춰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이끄는 등대는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산물로 시대변화상이 녹아들어 있다.

전시회는 등대의 기본 역할인 항로 표지 기능에 초점을 맞춰 나침판 등 각종 항해도구를 선보이는 ‘등대와 항해’(1부), 램프와 렌즈를 통한 등명기 발달과정을 포함한 등대 발전사와 등대원의 삶을 다룬 ‘세계 등대와 과학기술’(2부), 등대를 주제·소재로 한 예술작품으로 구성된 ‘세계 등대와 예술’(3부)로 이뤄졌다. 각종 유물과 문헌 등 전시자료와 함께 등대 전문 일러스트로 유명한 프랑스 작가 라민의 원화작품도 볼 수 있다.

‘강치야 독도야-강치 멸종과 독도 침탈’전에선 일제강점기 독도에서의 강치잡이 모습을 볼 수 있다. 국립해양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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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야 독도야-강치 멸종과 독도 침탈’전은 독도강치를 통해 일제의 또 다른 반문명사적·반생태사적 행위와 독도 침탈 문제, 나아가 생태환경의 중요성을 새삼 파악할 수 있는 기획전이다.

독도강치는 동해 연안에서 살아가던 유일한 물갯과 동물이었으나 가죽을 얻고, 기름을 짜기 위해 일제는 마구잡이 사냥을 했고, 결국 멸종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번 전시회는 무자비한 사냥으로 독도강치가 멸종돼 가는 과정, 인도양 모리셔스섬 특산종이었다가 외부 침입자들에 의해 독도강치처럼 멸종된 도도새 이야기, 지금도 계속되는 일본인들의 독도 영유권 주장의 허구 등을 보여주는 각종 전시품으로 구성된다.

민속학자·해양문명사가인 주강현 국립해양박물관장은 “‘등대’전이나 ‘독도강치’전은 국립해양박물관의 독특한 성격·역량을 살린 기획전이어서 주목을 받는 듯하다”며 “이번 전시들이 등대의 다양한 가치, 멸종된 독도강치를 계기로 일본의 침탈 문제를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전시회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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