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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유사시 항공자원 기동타격대로”…보안사 5·18 문건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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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환 의원, 2321건…‘전두환, 헬기 사격 증언에 격노’ 기록

6주기 행사 군중 우려해 “프로야구 광주 경기, 전주로 옮겨라”

5·18민주화운동 당시 신군부가 군인을 민간인으로 위장시켜 작전에 투입하고, 민간인을 정보요원으로 활용했다는 자료가 공개됐다. 또 신군부의 ‘무장 헬기 급파’ ‘무차별 사격’ 등 지시내용도 확인할 수 있는 문건도 나왔다.

대안신당 최경환 의원은 5일 보안사령부가 1980~2005년 5·18과 관련해 생산·관리한 문건 2321건의 목록을 공개했다. 최 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5·18 당시 보안사가 수집한 ‘광주사태 상황일지 전문’과 5·18 직후 군 작전상황 전반을 분석하고 추후 대책을 마련한 ‘광주사태 분석’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최 의원은 국가기록원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자료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광주사태 분석 문건을 보면 계엄군은 이른바 ‘편의공작대’를 운용했다. 편의공작대는 군인을 민간인으로 위장해 작전을 수행하게 하는 부대다. 문건에는 계엄군이 민간인 45명을 정보요원으로 활용하고, 화염방사기 30대를 사용한 내용도 포함됐다. 유사시 항공자원을 기동타격대로 사용한다는 작전계획도 문건에서 확인됐다.

광주사태 상황일지에는 시간대별 5·18 상황이 기록돼 있다. 31사단장 명의의 ‘무장 헬기 해남 현지 급파’ ‘폭도들 선제공격 시 무차별 사격하라’ 같은 지시도 확인됐다.

신군부가 5월18일에는 광주에서 프로야구 경기를 치르지 못하도록 개입한 내용도 공개됐다. 1986년 생산된 이 문건에는 18일 광주 예정인 경기를 전주에서 열고, 17일 경기는 시간을 앞당겨 치르게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양일 경기 모두 장소를 바꾸려다 18일만 변경했다는 설명도 나온다. 이 문건은 2017년 경향신문이 최초 보도한 기무사 문건인데, 다시 공개됐다.

미국인 아널드 피터슨 목사가 1995년 5월10일 방한해 5·18 당시 헬기 사격을 증언하자, 전두환 전 대통령이 격분해 맞고소를 지시했다는 내용도 드러났다. 피터슨 방한 직후 만들어진 문건을 보면 전 전 대통령은 격노한 상태에서 “5·18 때 항공감이던 배모 예비역 준장을 찾아 대응책을 강구하라”고 지시했다. 지시에 따라 전 전 대통령 측은 맞고소를 추진했다. 실제 헬기 사격 시범을 보이는 것도 대응방안으로 논의됐다. “헬기 기총사격이 얼마나 무섭고 피해가 큰지를 인식시켜 피터슨 목사 스스로 착각을 시인토록” 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꽃잎>을 총선에 활용할 조짐이 보인다는 문건과 <모래시계> 등 5·18 관련 드라마 제작에 대한 우려와 대책 필요성 등을 담은 문건도 공개됐다. 두 문건은 김영삼 정권 시절인 1995년 만들어졌다.

최 의원은 국회에서 회견을 열고 “워낙 목록이 방대해 일부 문건만 먼저 받은 것이고 앞으로 5·18기념재단이 전체를 확보할 것”이라면서 “목록에 따라 원본 자료를 분석하면 전두환·노태우 정권에서 이뤄졌던 5·18 왜곡과 조작, 공작 관리실태를 파악할 수 있는 종합적인 기초자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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