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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AI 경쟁서 이기려면… 연봉 10억 '삼성 교수' 나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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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국내 기업들과 손잡고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 최고 인재를 유치한다. 오세정 서울대 총장은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세계적인 AI 연구자들은 100만달러 연봉을 받는데 국내에서 지금처럼 연봉 5000만원 주며 유치할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나 SK텔레콤처럼 AI를 하고 싶은 기업의 겸직을 허용하면 그만큼 연봉을 주고 데려올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는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에 건의했고 최근 정부도 AI에 한정해 대학교수의 기업 겸직을 허용할 방침을 밝혔다. 연봉 10억원을 받는 '삼성 교수', 'SKT 교수'가 탄생할 길이 열린 것이다.

이처럼 기업이 한국 과학의 위기를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내 대학도 기업과 연구실·인력을 공유해야 연구·개발(R&D)의 발전 속도를 따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국가 R&D 전략도 정부 주도에서 벗어나 기업과 대학, 연구소가 공동으로 기획하자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외국 대학 겸직도 허용해야

올해 고려대와 성균관대, 카이스트(KA IST)는 AI대학원을 개원했지만, 연봉이나 연구비 상한선 때문에 강의를 할 교수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신임 교원을 뽑지 못하고 내부에서 충원했다. 카이스트는 내년에 부임할 수 있는 2명만 외부에서 선발했다. 내년 봄 문을 여는 서울대 AI대학원도 사정은 비슷하다.



조선비즈


200개 이상의 기업 연구소를 유치한 싱가포르 난양공대의 수브라 수레시 총장은 "영국 롤스로이스는 전 세계 29개 대학과 협력하는데 난양공대 연구소가 가장 규모가 크다"며 "기업 연구비로 우수 교수를 유치하고 그 결과가 싱가포르와 기업 모두에 이익이 돌아가는 형태"라고 말했다. 독일 드레스덴이나 스웨덴 시스타 등 세계적인 과학연구단지도 반도체기업 AMD나 통신업체 에릭슨 같은 기업의 연구소가 대학의 연구와 교육을 이끌면서 급속한 발전을 이뤘다.

외국 대학교수의 겸직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중국은 천인계획(千人計劃)으로 외국 과학자들을 유치하면서 중국에서 3개월만 연구해도 된다고 허용했다. 차상균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장은 "한국인 AI 연구자 중에 1년 중 3개월간 한국 근무를 미국 대학이 허락했는데 정작 한국은 규정이 없어 들어오지 못하는 경우가 여럿 있다"고 말했다.

◇정부 R&D도 기업 주도 필요

국가 R&D 정책 수립에도 기업이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가 기업 최고기술책임자(CTO) 7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정권이 바뀌어도 변함없는 산업기술혁신정책 추진'(69.1%)에 이어 '기업 주도의 새로운 R&D 기획 체계 구축'(50.4 %)이 가장 시급한 혁신 정책으로 꼽혔다.

우리나라 국가 R&D 투자는 2017년 78조7892억원으로 세계 5위 규모인데 그중 77%를 기업이 했다. 연구원 수도 기업이 71%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정작 정책 수립에서 기업은 늘 뒷전이다보니 정부 R&D 투자는 시장에 별 쓸모가 없는 연구만 양산한다는 것이다. 유진녕 LG화학 고문(전 최고기술경영자)은 "정부 연구소와 대학이 기초연구 개발을 맡고, 기업이 상업화를 하는 등 각자의 기능과 역할을 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과 무역 분쟁으로 주목을 받은 소·부·장(소재·부품·장비)의 기술 격차도 기업이 일찍부터 R&D에 참여했다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일본이 올해까지 소·부·장에서 7번이나 노벨 과학상을 배출한 것은 대학에서 기업의 지원을 받고 20년씩 한 우물을 판 과학 장인(匠人)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해 노벨 물리학상을 탄 아마노 히로시 나고야대 교수는 대학원 시절부터 중소기업이었던 도요타합성의 지원을 받았다. 신성철 카이스트 총장은 "중소기업이 대학과 협력해 장기 연구를 하고 대기업이 그 기술의 테스트베드(시험장)가 되는 상생 협업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영완 과학전문기자(ywlee@chosun.com);유지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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