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8 (토)

[위기의 보험산업] 금융재보험 도입 등 과감한 대책 '절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보험사 저금리 대응 잰걸음…해외자산 30% 한도 폐지 요구 등

고금리 계약 재매입도 선택지…정부 내 보험전문가 필요성도

[편집자주][글 싣는 순서]
①저금리
[위기의 보험산업]'뉴노멀' 저금리에 직격탄…역마진에 휘청
[위기의 보험산업]'반면교사' 日 보험사 파산 …생존전략은
[위기의 보험산업] 금융재보험 도입 등 과감한 대책 '절실'
②IFRS17
③車보험·실손보험
④전문가 진단

뉴스1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 =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한 보험사들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금융당국은 보험사가 고금리 상품계약에 따른 금리부담을 재보험사에 넘기는 금융재보험(공동재보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보험업계는 저금리 타개책으로 자산의 30%로 설정된 해외투자 한도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국내에선 수요를 다 채우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고금리확정형 상품계약자에게 프리미엄을 주는 조건으로 해지를 유도하는 등 다양한 선택지를 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보험산업의 장기적 성장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당국 내 보험전문가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재보험,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금리위험 없애"

8일 보험업계·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보험사의 이차역마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고금리 보험계약을 재보험사에 넘겨 금리위험을 없애는 금융재보험 도입을 추진 중이다. 현재 보험사는 보험위험(위험보험료)에 대해서만 재보험 계약이 허용돼 있는데, 여기에 금리위험(저축보험료)이 추가되는 구조다.

보험료는 보험사고 때 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인 위험보험료, 보험계약 만기 때 보험금 지급을 위해 쌓는 돈인 저축보험료, 사업비 명목의 부가보험료로 구성된다. 해외 재보험사인 뭔헨리, 스위스리 등이 금융재보험을 인수하고 있다. 우리나라 유일의 재보험사인 코리안리 역시 제도가 허용되면 금융재보험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보험사, 특히 생명보험사가 지급여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자본 확충이 필수적"이라며 "금융재보험은 증자나 후순위채권 발행 등에 따른 조달비용보다 저렴하게 금리위험을 없앨 수 있는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우리나라는 1990년대 초 신생 생보사의 지급여력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금융재보험 도입을 검토했지만 회계조작 가능성 등을 우려해 유보한 바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동재보험 도입을 위해 실무 검토 중"이라며 "가능한 한 빨리 도입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국회서 발목 잡힌 해외자산 투자 한도 폐지


보험업계는 금융당국에 해외채권, 해외부동산 등 해외자산 운용비율을 총자산의 30%로 정한 규제 폐지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보험사들은 저금리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채권 투자를 늘리고 있는데, 국내 시장에서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매입 규모가 커 보험사의 수요를 채우지 못한다. 국내보다 해외 장기채권의 수익률이 높은 것도 보험사들이 해외로 향하는 이유다.

8월말 기준 한화생명, DB생명 등 일부 보험사의 해외자산 운용비율은 이미 30%에 다다랐다. 동양생명(해외자산 운용비율 23.12%), 교보생명(21.45%), 미래에셋생명(21.40%), 삼성생명(11%) 등도 점차 그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보험사들은 장기채권 투자 확대로 자산 듀레이션을 늘리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통상 우리나라 보험사는 자산 듀레이션보다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보다 부채 가치가 더 커져 자본이 줄어든다. 이러한 탓에 보험사는 장기채권 투자를 늘려 자산 듀레이션을 늘려 부채의 듀레이션과의 차이(이하 듀레이션 갭)를 좁히고 있다. 자산과 부채의 듀레이션 갭이 맞춰지면 금리 변동에 따른 자본 변동폭이 줄어든다.

당초 금융당국이 보험사 해외투자 한도를 둔 것은 자산운용에 따른 위험에 더해 환차손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야마토생명은 저금리에 대응해 해외투자비중을 2005년 18%에서 2007년 38%로 끌어올렸는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투자 자산의 가치 하락뿐 아니라 환차손이 크게 발생해 파산했다.

금융위는 보험업계의 의견을 수용해 해외자산 운용비율 30% 한도를 없애는 방안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지난 2017년 5월 발의했다. 대신 자산이 특정 항목에 집중돼 발생하는 위험을 줄이기 위해 위험에 상응하는 자기자본을 쌓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였다. 이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며 내년 4월까지 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자동 폐기된다.

◇"돈 더 주면 해지하는 고객 분명 있을 것. 서로 윈윈"

전문가들은 보험사가 소비자와 협의해 고금리 상품을 해약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고 제안한다.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해지환급금 대비 10~25%의 프리미엄을 추가 제공하는 방식이다. 소비자는 해지환급금에 프리미엄까지 더한 목돈을 가질 수 있다.

실제 벨기에 여러 생보사는 2014년부터 고금리 보험계약 70억유로를 재매입(Buy-Back)했다. 보험사가 어느 정도의 손실을 감수하고 '손절매'한 것이다. 정부는 보험사의 재매입을 촉진하기 위해 프리미엄에 면세 혜택을 부여했다. 물론 해약을 원하지 않는 소비자의 보험계약은 계속 유지됐다. 보험리스크를 자본시장으로 넘겨 재보험과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는 보험연계증권(ILS) 허용 등도 검토할 수 있는 방안이다.

저금리 시대 보험산업이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을 이끌 전문가들이 정부내에 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 등 다양한 이유로 인해 금융위 등 정부 내에서 보험 전문가를 찾아보기 어려운 게 현주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성대규 신한생명 대표이사 이후 금융위 내 보험전문가를 찾아볼 수 없다"고 했다.

금융위가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지난 10년간 보험과를 이끈 8명의 보험과장 평균 근무기간은 1년 3개월에 불과했다. 길게는 1년8개월(성대규·손주형), 짧게는 9개월(박정훈) 재임이 고작이었다.

1~2년은 보험산업을 이해하기에도 짧은 시간이란 게 보험업계의 설명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금융산업 중에서도 규제가 많아 금융당국의 역량이 산업 성장에 핵심적인데, 지금은 보험산업에 대한 관심 자체가 크지 않다"고 푸념했다.
mjh@news1.kr

[© 뉴스1코리아(news1.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