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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드디어 한국에 상륙한 `록의 전설` U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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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세계적인 록밴드 U2가 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첫 내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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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예술은 고통 속에 자란다. 자유, 평등, 부가 그득한 곳에서 예술의 씨앗은 싹 트지 않는다. 예술가는 번민과 고통에서 삶의 보편적 진리를 성찰한다. 영국의 지배 속에 '하얀 깜둥이의 땅'으로 멸시당한 아일랜드에 위대한 예술가가 많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대서양 한편의 작은 섬나라는 조너선 스위프트, 오스카 와일드, 조지 버나드 쇼라는 문학의 거성을 낳고 길렀다.

현대 팝 음악에서도 아일랜드는 '별들의 고향'이다. 'U2'는 1976년 결성 후 이 시대 록 밴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노래를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음악으로 시대의 불안을 위안한다.

아일랜드의 '영혼'이자, 인류의 위대한 '유산' U2가 8일 서울에서 역사적인 첫 내한 공연을 펼쳤다. 이날 고척돔에는 월드투어 '조슈아 트리 투어 2019'를 보기 위해 2만8000여 명이 몰렸다. '조슈아 트리'는 1987년 발매한 앨범으로 U2를 전설의 반열에 올려놓은 불후의 명반이다. 조슈아 트리 전 수록곡을 비롯해 전설적인 명곡의 운율이 돔 구장을 메운다.

포문은 '선데이, 블러디 선데이'로 열었다. 아일랜드의 광주학살로 불리는 '피의 일요일' 사건의 희생자를 위로하고, 평화를 예찬한 곡이다. 1972년 1월 30일 북아일랜드 데리에서 비무장 시위대를 향한 영국 공수부대의 발포로 14명이 사망하고, 13명이 부상했다. U2는 민족의 아픔을 노래해 인류의 영혼을 보듬은 위대한 가수다.

'살아있는 신화'를 보는 듯했다. 전설의 '조각'만 느낄 수 있는 퀸, 비틀스와 달리, 이번 공연에서는 U2 네 명이 구현하는 음악을 온전히 즐길 수 있어서다. 애덤 클레이턴(베이스·59), 보노(보컬·59), 디 에지(기타·58), 래리 멀린 주니어(드럼·58)의 하모니는 아름답다는 말 외에 수식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록 밴드라고 터질 듯한 고음으로만 채우진 않는다. '서정시'는 공연의 백미다. '러닝 투 스탠드 스틸'은 에지의 키보드와 보노의 목소리로만으로 수만 관객을 숨 죽이게 했다. 노래는 더블린에 사는 헤로인 중독자 커플의 이야기를 담았다. 시대의 아픔을 위로한 4인의 철학가는, 비극은 개인의 비행(非行)한 선택 때문이 아니라며 어루만진다. 사회의 '진보'를 이끄는 밴드답게, 공연에서의 혁신도 팬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초대형 LED 스크린이 그야말로 압도적이다. 가로 61m, 세로 14m의 거대한 스크린은 세계적 명성의 음악과 조화한다.

'위드 오어 위드아웃 유' '아이 스틸 해븐트 파운드 왓 아임 루킹 포' 등 앨범 조슈아 트리의 명곡들이 뒤 대형 스크린의 황량한 자연과 조우한다. 관객은 일제히 신을 갈구하는 수도자의 모습으로 경전 외듯 합창했다. 조슈아 트리는 미국 남서부 사막에서 자라는 식물로 외형이 수도자를 연상케 해 '기도하는 나무'로도 유명하다. 전설의 라이브 앞에서 관객 모두는 '조슈아 트리'가 된다. 'U2'라는 유일신(唯一神)을 경배하는 수도승처럼.

한편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도 이날 공연장을 찾아 U2 무대를 직접 관람했다. 공연은 끝나도 U2의 평화를 향한 행보는 계속된다. 그룹의 보컬이자 사회 운동가로 겸관하는 보노는 9일 문재인 대통령을 접견한다. 베를린 장벽 붕괴 후 '원'을 발표하며 독일 통일을 찬미한 'U2'가 한반도 땅에 '평화의 선율'을 읊는 일을 기대할 수 있을까.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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