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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비구니 역사 산증인 명성 스님…‘감화’를 준 위대한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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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순 기념 ‘법계 명성’ 출간

한국불교 사상 첫 ‘비구니 전집’

1970년대 중성 강요 교수법서 탈피, 미술·심리학 등 교육 범위 넓혀

경향신문

한국불교 비구니 역사의 산증인이자 청도 운문사를 세계적인 비구니 교육도량으로 일궈낸 명성 스님(운문사 회주·사진)의 전집이 출간됐다. 비구니스님의 전집이 출간되기는 한국불교 사상 처음이다.

경향신문

명성 스님의 세속 나이 구순을 기념해 나온 <법계 명성 전집>(전 20권·불광출판사)은 스님의 저술을 비롯해 유식학·화엄학 등을 다룬 논문, 편서와 역서, 법문, 강의, 기고문, 공예·서예 작품, 제자들 글 모음, 사진 등으로 구성됐다. 전집은 지금의 세계적 비구니 승가를 구축한 명성 스님의 생애와 사상을 망라하는 것이자 한국 비구니사, 현대 불교사까지 녹아 있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전집 편찬위원장인 진광 스님은 “전집 발간은 후학들이 모범 삼아 따르고 배워야 할 지남(指南)의 자료를 남기려는 데 큰 뜻이 있다”며 “한국 비구니 역사에 길이 남을 최초의 일”이라고 밝혔다.

경북 상주에서 태어난 명성 스님은 초등학교 교사를 하던 1952년 합천 해인사 국일암에서 선행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아버지이자 당대 최고의 강백으로 손꼽히던 관응 스님의 권유에서다. 이후 여러 학승들을 사사한 스님은 1970년 운문사 강원의 강주로 왔다. 당시만 해도 운문사는 크게 쇠락하고 오지여서 지인들의 반대가 심했다. 강원에서 교육도 고답적인 주입식이었다. 스님은 먼저 수업을 주입식에서 논강식으로 확 바꿨고, 특히 미술·외국어·심리학·철학·다도·서예 등으로 그 범위를 넓혔다. 여성성을 누르고 남성을 닮게 해 결국 중성이기를 강요하던 당시 승가교육에 앞선 교수법으로 신선한 충격을 안긴 것이다.

스님이 운문사 승가대학을 통해 육성한 제자만도 지금까지 2100명, 현재 한국 비구니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특히 스님은 비구니가 비구니로부터 전강(傳講)을 받는 전통을 만들어 비구니 강사를 배출하고, 비구니가 비구니에게 직접 계를 줌으로써 지금의 비구, 비구니 체제의 구축에 큰 역할을 했다. 그야말로 한국 비구니의 스승인 셈이다.

평소 법화경에 나오는 구절인 ‘즉사이진(卽事而眞·모든 일에 진실하라)’을 강조하는 명성 스님은 “평범한 스승은 말을 하고, 훌륭한 스승은 설명을 하고, 뛰어난 스승은 모범을 보이고, 위대한 스승은 감화를 준다”며 “‘다른 사람을 가르치려면 자신부터 교육하라’는 ‘욕교여(欲敎餘)선자교(先自敎)’를 명심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번 전집 출간과 관련해 11일 오전 운문사 대웅전에서는 스님과 각계 인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법계 명성 스님 구순 축하 및 전집 봉정식’이 열린다. 또 명성 스님을 다룬 다큐멘터리·애니메이션·법문 및 강의 영상 등이 제작돼 유튜브에서 만날 수 있다.

도재기 선임기자 jaek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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