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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시골로 간 서울청년 “꿈 찾았어요”…능력 인정한 업체선 “정규직 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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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북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사업’ 현장 가보니

경향신문

지난 4일 경북 문경시 유곡동에 있는 수제맥주 제조회사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서 5개월째 일하고 있는 서울 출신 청년들이 선임 직원(오른쪽)의 설명을 들으며 맥주 여과조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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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전 경북 문경시 유곡동에 있는 수제맥주 제조회사 ‘가나다라브루어리’. 검은색 작업복을 맞춰 입은 20대 청년 3명이 선임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여과조 안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맥아를 물에 불려 껍질과 맥즙으로 분리한 뒤 이 즙을 활용하게 됩니다. 수제맥주를 만들 때 첫 단계라고 생각하면 돼요.” 직원의 말에 청년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맥즙의 색과 농도 등을 세심하게 관찰했다.

잠시 후 청년들은 ‘애플사이다’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저장탱크 앞에 섰다. 애플사이다는 문경 특산물인 사과에 알코올 성분을 가미해 만든 이 업체의 주력상품 중 하나다. 청년들은 투명한 플라스틱 컵에 제품을 따른 뒤 전등빛에 비춰 색을 살피고는 한 모금씩 마시며 맛을 음미했다. 이곳에서 만난 김은설씨(22)는 “전공인 건축공학이 아닌 다른 분야를 배우면서 사회생활을 체험할 수 있어 만족스럽다. 앞으로 꿈을 정하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시와 경북도가 지역상생과 균형발전 등을 위해 추진 중인 ‘도시청년 지역상생 고용사업’이 호응을 얻고 있다. 서울에 사는 청년을 경북지역 일터와 연결시켜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핵심이다. 도시 청년에게 농촌지역의 현실을 이해시키고 나아가 정착을 유도해 지방소멸까지 막는, 대도시와 농촌 간 ‘팀워크’를 강조한 실험이다. 청년 일자리 문제 해결과 지방 활력 제고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자는 것이다.

서울시와 경북도는 지난 6월 관련 협약을 체결했다. 두 지자체는 “저출생·고령화로 인한 국가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면서 지속 가능한 협력사업을 추진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서울시와 경북도는 청년 인건비 등의 용도로 8억6300만원을 들여 지난 7월부터 이 사업을 벌이고 있다. 서울 출신 청년 45명이 안동·상주·문경 등 5곳에 있는 19개 기업에서 내년 1월까지 일하게 된다.

일주일 중 나흘은 소속 업체에서 근무하고, 하루는 지역 청소년의 공부를 돕거나 지역아동센터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지역사회를 배우는 시간을 갖는다.

문경의 수제맥주 제조회사에

청년 5명 마케팅 활동 등 도와

업체 “회사 발전에 도움” 만족


현재 맥주회사 가나다라브루어리에서는 청년 5명이 양조, 홍보, 디자인, 마케팅 활동 등을 돕고 있다. 업체 측은 이들의 젊은 감성과 능력이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고 소개했다.

배주광 가나다라브루어리 대표는 “특히 판촉물 디자인 활동에서 두각을 보인 청년이 있어 관련 업무가 수월했고, 마케팅 능력을 갖춘 직원이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면서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들을 수 있어 회사의 발전 방향에 대해 다각도로 고민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5명 중 2명을 정규직으로 채용할 예정이다.

현재 43명이 경북 5곳에 근무

시 “내년 다른 지자체로 확대”


맥주 유통업체 등지에서 일을 한 적이 있다는 권종건씨(37)는 “3년가량 집에서 취미로 맥주를 만들 정도로 수제맥주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곳에서 일하며 상업적으로 어떻게 발전시킬 수 있을지 배우게 돼 기쁘다”면서 “한식과 양식 등에 어울리는 수제맥주를 개발해 관련 업계에서 활동하고 싶다는 목표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재성씨(27)는 “평소 관심 있는 분야를 실제 산업 현장에서 기존 직원들과 일하며 배우고, 또래와는 함께 성장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행정안전부, 다른 지자체 등과 함께 기존 기업에서 청년을 채용하는 ‘고용형’, 청년이 각 지역 자원 등을 연계한 아이디어를 발굴해 이를 사업으로 키울 수 있도록 지원하는 ‘창업형’ 등 2가지 형태로 내년도 지역상생 일자리 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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