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03 (금)

북에서 왔다고, 여성이라고 ‘이중차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인권위 의뢰 이화여대 조사팀 ‘탈북여성 100명 설문’

“말투 억세 손님들 거부감” 구직에서부터 선입견의 벽

조선족으로 위장해 취업도

2010년 남한에 온 북한이탈여성 ㄱ씨의 첫 일터는 세무사 사무실이었다. 세무회계 2급, 기업회계 1급 자격증을 갖고도 첫 월급으로 105만원을 받았다. 다른 직원 초봉(150만원)의 3분의 2 정도였다.

ㄱ씨는 “면접 볼 때 사장이 (나한테) 초봉을 이렇게 책정해도 괜찮은지 물어봤다. 일단 취직을 하고 싶단 마음에 제안을 받아들였다”고 했다. 사장은 ㄱ씨가 남한 사정을 잘 모르는 점을 들며 초봉을 낮게 불렀다고 한다.

‘북한이탈여성 일터 내 차별 및 괴롭힘 실태조사’에 나온 사례다. 이화여대 산학협력단 조사팀이 지난 5월1일~8월18일 직장에서 일하는 탈북여성 1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51만~2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는다고 답한 응답자가 43.9%로 가장 많았다. 100만원 이하(14.3%), 101만~200만원 미만(13.3%)과 200만~250만원(13.3%)으로 나타났다.

남북하나재단에 따르면 2018년 현재 북한이탈주민의 월평균 임금은 189만9000원이다. 전체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65만9000원 적다.

탈북여성은 한국 사회에서 이중의 차별을 당한다. 보고서는 탈북여성들이 북한 출신이라서, 여성이라서 차별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의뢰를 받은 조사팀은 100명 중 35명을 심층 면담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탈북여성은 구직 단계부터 북한 출신이라는 선입견 탓에 어려움을 겪곤 한다. 인사 채용자들은 말투가 억세 손님들이 거부감을 느낀다며 거절했다.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채용자도 많다.

연달아 취업에 실패한 이들은 조선족으로 ‘위장’한다. 일자리를 얻은 후에도 북한 출신이란 이유로 각종 차별과 괴롭힘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응답자의 37%가 직장에서 차별이나 괴롭힘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이들 중 3분의 2는 자신이 북한이탈주민이어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한다고 생각했다. ㄱ씨는 “작은 실수에도 북한을 이야기하며 지적했다. 동등한 사람으로 대우받지 못했다”고 했다.

조사팀은 탈북여성이 일터에서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법적 보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사팀은 “북한 출신이면서 여성이라는 불안정한 지위에 따라 일터에서 복합적인 차별 대상이 되는 것이 현실”이라며 “북한이탈주민법에 북한이탈여성 보호를 명시하고, 직업훈련이나 취업알선 등 과정에서 인권보호 및 차별금지 관련 내용도 법의 기본계획 등에 포함해야 한다”고 했다.

올해 3월 현재 전체 북한이탈주민 3만2705명 가운데 여성은 2만3506명(72%)이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 장도리 | 그림마당 보기

▶ 경향신문 최신기사

▶ 기사 제보하기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