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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4 (토)

김용균 어머니 ‘추모 편지’…“수많은 김용균들의 삶이 파괴되는 걸 막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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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1주기…전국서 행사

경향신문

눈물 흘리는 고 김용균씨 어머니 고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가 8일 경기 마석 모란공원 민족민주열사 묘역에서 열린 1주기 추도식 중 추도사를 읽다 눈물을 흘리고 있다. 스물네 살에 한국발전기술 하청업체에 입사한 김용균씨는 지난해 12월10일 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야간근무를 서다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김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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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과 ‘고 김용균 1주기 추모위원회’가 8일 김씨가 안치된 경기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을 찾았다. 10일은 김씨 기일이다.

묘지 옆 ‘청년노동자 김용균’ 추모비엔 “넌 어디서건 눈을 부라려 해방의 역사를 빚고 있구나. 용균아 사랑하는 용균아…”라는 글귀가 적혔다. 김 이사장은 추도사를 읽다 눈물을 흘렸다.

김 이사장은 전날 서울 종로 일대에서 열린 추모대회에 나가 아들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했다. “너와 닮은, 또 다른 용균이들은 비정규직 또는 일용직으로 내몰린다. 위험하고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일한다. 일자리를 잃을까봐 불이익을 당해도 말하지 못하는, 억울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수많은 용균이들을 볼 때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김 이사장은 “너를 비록 살릴 순 없지만 다른 사람들이 우리처럼 삶이 파괴되는 걸 막고 싶다”고 했다.

동료 장근만씨도 편지를 보냈다. 장씨는 “62일 만에 너를 묻던 날 우리는 네가 들었던 손팻말처럼 ‘위험의 외주화를 멈추고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해 정말 미안하다. 우리는 아직 발전소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다”고 적었다.

장씨는 “우리는 용균이 너처럼 일터에서 죽어가는 노동자의 소식을 매일 듣는다. 너의 죽음에 책임을 져야 할 정부는 아무 일 없다는 듯 너의 죽음을 묻어버리고 무시하고 있다”며 “우리는 용균이 너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시민들과 함께 싸우려고 한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경마계의 비리 행위를 비판하고 목숨을 끊은 문중원 기수의 유족도 단상에 올랐다. 톨게이트 수납노동자, 한국지엠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대회에 참여했다.

추모위원회는 모란공원 추도식에서 “김용균이 들었던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는 지금 유족들의 요구, 노동자들의 함성, 시민들의 바람이 됐다”며 “특조위의 권고안을 정부가 빨리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 위험의 외주화를 금지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이날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추모 문화제가 열렸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하청 노동자를 기리는 낭독노래극 ‘기다림’이 광장에 울려 퍼졌다. 김씨의 첫 출근부터 김 이사장의 투쟁까지를 극에 담았다. 김 이사장이 직접 가사를 적고 노래패 예우회가 공동으로 창작했다. 문화제에 참석한 시민들은 보라색 천에 추모 글을 적어 광화문 분향소에 매달았다.

탁지영·조문희 기자 g0g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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