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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조산 위험도 높은 산모에게 건강한 아기 선물하는 '희망의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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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도 자궁경부무력증 수술

조산 고위험 산모의 출산 도와

조산 예측 가능한 유전자 연구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 지난해 합계출산율(가임 여성 1명의 예상 자녀 수)은 0.98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도 1명을 밑돌 전망이다. 국가 위기론까지 나온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임신과 출산이 어려운 조건에서 이를 맞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렵사리 난임을 해결해도 조산 등으로 정상적인 출산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것이다. 한림대 강남삼성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는 고위험 산모에겐 건강한 아이를 출산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중앙일보

이근영 교수(가운데)가 고위험산모치료실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산모의 상태를 점검해 주의사항을 의료진에게 설명하고 있다. 김동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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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여성의 몸에는 대대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자궁이 500배 이상 커지고 혈류량이 1500mL나 증가하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해 혈관은 더욱 부드러워진다. 체중도 는다. 전문가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모든 변화가 일어난다”고 할 정도다. 태아가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위해 몸이 대응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대응이 제대로 잘 이뤄지지 않는 산모가 있다. ‘고위험 산모’다. 조산, 사산, 태아 기형, 저체중아 출산 등 건강한 아기를 출산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이 중 고위험 산모가 겪을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조산이다. 영아 사망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생존하더라도 뇌성마비 등 심각한 장애를 안을 수 있다.

세계 유일 자궁경부무력증클리닉 운영

조산의 가장 큰 원인은 ‘자궁경부무력증’이다. 자궁 입구는 출산 때까지 꽉 닫혀 있어야 하는데, 자궁 경부에 힘이 없어 만삭까지 태아와 양수의 무게를 버티지 못해 태아가 양막과 함께 빠져나오는 것이다.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고위험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 이근영(산부인과) 교수는 “가장 문제가 되는것은 임신 16~24주에 발생하는 조산”이라며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이때 조산되면 생존해도 많은 장애가 생긴다”고 말했다.

결국 자궁경부무력증을 제대로 해결하는 것이 조산 해결의 키포인트다. 자궁경부무력증으로 인한 조산을 막기 위한 치료는 양막이 튀어나오지 않도록 자궁 입구를 봉합하는 자궁경부봉합술이다.

하지만 자궁경부봉합술이 가능한 병원이라고 해서 조산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자궁경부봉합술은 조산 위험과 시기에 따라 예방적·긴급·응급·복식 등 네 가지 자궁경부봉합술로 나뉜다. 이들 상황에 모두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이 중 응급 자궁경부봉합술과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은 난도 높은 수술로 꼽힌다.

응급 자궁경부봉합술은 양막이 자궁경부 밖으로 이미 나오는 상태에서 이를 밀어 넣고 봉합하는 수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약 40%는 양막이 터져 실패하는 수술이다. 그래서 예전엔 양막이 튀어나오면 포기하곤 했다. 이근영 교수는 1996년 국내 최초로 응급 자궁경부봉합술에 성공한 이후 총 97.3%의 수술 성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 수술 사례를 종합한 논문은 미국산부인과학회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했다. 수술 성공률이 높은 이유는 이 교수가 직접 개발, 특허를 보유한 수술기구(Lee’s Cerclage Balloon)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수술인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은 이보다 더 고난도의 수술이다. 자궁경부무력증이 심해 수차례 예방적 자궁경부봉합술에도 불구하고 실패했거나, 자궁경부암 수술로 자궁경부가 없는 산모 등 특수한 경우에만 하는 수술이다. 자궁과 태아를 배 밖으로 꺼내 양막과 혈관 사이를 뚫고 들어가 자궁 상단 부분을 묶어주는 수술이다. 복식 자궁경부봉합술이 가능한 의료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이 교수는 고난도의 복식 자궁경부봉합술 500건을 포함해 지금까지 4000건이 넘는 자궁경부무력증 환자를 수술한 권위자다. 강남성심병원이 국내뿐 아니라 세계에서 유일하게 자궁경부무력증클리닉을 운영하는 힘이다.

강남성심병원은 조산의 사후 조치뿐 아니라 예방에도 노력을 기울인다. 센터는 조산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도 선도적으로 시행 중이다. 지금까지는 조산을 예측할 만한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초음파검사로 자궁경부의 길이를 파악해 조산 위험을 추정하는 데 그친다. 조산이 자궁경부로 밀고 나오는 과정이라는 점에 착안해 자궁경부가 짧아진 만큼 조산 진행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예측이라기보다는 임박한 상황을 알 수 있는 알람에 불과하다. 예방적 조치를 취하기 어렵다.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합병증 집중 관리

그래서 조산을 예측할 수 있는 유전자(바이오마커) 발굴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교수는 “우리 센터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궁경부무력증 환자 샘플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궁경부무력증 바이오마커를 찾으면 예측률이 높아져 조산 가능성이 높은 산모를 선별해 미리 수술하는 예방적 조치가 가능해진다”고 강조했다.

한편 센터는 조산 외에도 고위험 산모가 겪을 수 있는 임신성 고혈압·당뇨병, 조기 진통, 산후 출혈 등의 합병증을 집중 관리한다. 질환별 클리닉을 따로 두고 각 진료과와 협진해 산모를 개별적으로 관리한다. 고위험산모·신생아집중치료센터 송지은 교수는 “클리닉별 세심한 산전 관리를 통해 임신 초기부터 산전 관리를 받은 산모와 아기는 대부분 큰 합병증 없이 출산 및 퇴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신생아중환자실에서는 신생아의 사망 및 합병증 위험을 낮춘다. 2016년에는 생존의 마지노선이라고 불리는 임신 23주, 체중 480g으로 태어난 초극소 저체중아를 살렸다.

류장훈 기자 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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