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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중대 실험"이라는데...靑 극도로 말 아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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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김성휘 기자] [the300]7일 한미 정상 통화 이후 동창리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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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5일 청와대에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을 접견하며 발언을 하고 있다. 2019.12.05. dahora8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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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8일 오전,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동창리)에서 중대한 실험을 했다"고 밝혔지만 청와대는 대응하지 않았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8일 동창리 실험사실을 공개했다. 구체적 실험내용과 성격은 알리지 않았다. 이에 청와대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언급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고 별다른 논평도 없었다. 군을 중심으로 동창리 등 북한 시설을 면밀히 주시하는 관측은 지속한 걸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당국이 침묵에 가까울 만큼 극히 말을 아낀 데엔 크게 세 가지 배경이 거론된다. 첫째 전날 한미 정상 전화통화다. 사전에 북한의 활동을 한미 당국이 감지했고 따라서 급박하게 움직일 사안이 아니라는 관측이 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토요일인 7일 오전 11시부터 약 30분 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로 비핵화 협상 대화를 나눴다. 북한 주장대로라면 한미 정상 통화 이후 '중대한 실험'을 한 것이다. 앞서 동창리의 대형 컨테이너가 위성사진에 포착되고, 북한이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활동을 재개하는 징후일 수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이에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의 움직임을 포착, 정상간 통화로 선제대응에 나섰을 수 있다. 둘째 북한이 '국방과학원 대변인' 명의로 발표한 만큼, 청와대가 직접 대응하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판단도 깔린 걸로 보인다. 셋째 북한이 미국을 겨냥, 압박성 활동을 재개한 것이라면 우리 정부가 일일이 반응하는 것도 부적절하다.

북한이 스스로 설정한 연말 시한이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미국과 북한이 연일 자극적인 표현을 주고받았다. 전문가들은 북미 양쪽 모두 "판을 깨자"보다는 최소한 현상유지 등 협상 상황 유지를 위한 언행이라고 보지만 위기감은 부쩍 높아졌다.

이처럼 북미 비핵화 협상이 위기 징후를 보이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탄탄한 한미공조를 재확인하는 것으로 상황관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의지를 재확인하면서 다시 한 번 중재역할에 시동을 건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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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북한 조선중앙TV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양덕온천문화휴양지 준공식에7일 참석했다"고 8일 보도했다. 2019.12.08.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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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통화에서 한미 정상은 '북핵'에 관련된 대화만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간 비핵화를 대화로 풀어나가야 된다는 큰 틀에 (한미 정상이) 공감하면서 그 안에서 얘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구체적 대화내용은 확인하지 않았다.

더 눈에 띄는 점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통화를 했다고 청와대가 밝힌 사실이다. "정상간 통화는 누가 먼저랄 것이 없다"던 기존 입장과 다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대화의지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이를 통해 한미 공조의 바탕 위에, 북미간 대화 모멘텀을 꺼트리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문 대통령이 북핵 협상 상황을 바라보는 표현이 미묘하게 달라진 측면은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5일 청와대에서 왕이 부장을 만나 "지금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 구축을 위한 프로세스가 중요한 기로를 맞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10월22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한반도는 지금 항구적 평화로 가기 위한, 마지막 고비를 마주하고 있다"고 말했다. 8월 광복절 경축사에서는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아마도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 구축을 위한 전체 과정에서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비"에서 "기로"로 표현이 달라진 것이다. "고비"를 넘어서면 곧 목적지가 나오지만, "기로"는 갈림길이다. 문 대통령이 낙관보다는 한층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중대 기로라는 것은 외교적 표현의 측면이 있는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성휘 기자 sunnyk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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