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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이슈 홍콩 대규모 시위

홍콩 시위대 200명 대만 피신…"처벌 두려움에 사법제도 불신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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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 반대 시위에 참여한 이들 200여명 이상이 비밀 네트워크를 통해 대만으로 피신했다.

시위대와 당국 사이의 거리 충돌이 한층 폭력적으로 변하면서 처벌에 대한 두려움이 증폭되자 대만행에 나서는 이들이 느는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법제도에 대한 불신의 분위기도 짙어지고 있다.

8일(현지 시각) 미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6월 시위가 시작된 이후 5000명 이상이 체포되고 수백명이 기소된 현재 일부 시위자들이 홍콩을 떠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

8일(현지 시각) 홍콩에서 벌어진 반정부 시위에 80만명이 참가했다. 홍콩인 10명 중 1명꼴이다. 시위대들이 스마트폰 불빛을 켜고 빛줄기를 만들어 도로를 행진하는 모습. /SCMP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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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에 따르면 홍콩에서 대만까지 이들의 움직임을 돕는 은밀한 동조자 네트워크가 형성돼 있고 안전한 주택을 이용해 탈출 인력을 조정하고 있다. 교회 소유의 부동산이 숙박 시설로 이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유한 기부자들과 구호단체들은 이들을 위한 비행기 표를 사는데 동참하고 있고 자원봉사자들은 공항을 오가며 시위자들을 돕고 있다. 어선들은 1인당 1만달러에 보트를 팔고 있고 교회의 목사들은 여권을 빼앗긴 체포된 시위자들을 위해 이들의 은밀한 이동 통로를 돕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대만 전역의 변호사와 의사, 구호단체 및 학교들과도 연계돼 있다.

NYT는 "시위대와 경찰간 충돌이 갈수록 공격적으로 변하면서 무기한 싸우기로 맹세했던 시위대들 사이에 불신의 분위기가 짙어지고 있다"면서 "홍콩을 떠나려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들은 법정에서 이들이 공정하게 대우받지 못할 것을 걱정하고 있다. 체포 당한 시위대에 성폭행 혐의와 고문 소문 등이 돌며 구금 및 학대에 대한 두려움도 커지고 있다.

시위대의 출국을 돕는 시민단체들은 그들의 작전을 보호하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과 신원을 밝히지 않았다.

체포된 시위대를 변호해 온 크리스 응 변호사는 "시위대들은 벽돌을 던지는 것이 최대 10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이들은 홍콩 사법제도에 대한 믿음을 잃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들은 법적 결과를 기꺼이 받아들이더라도 공정한 제도로 처리되거나 범죄에 비례해 처벌을 받을 것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보도에 따르면 자치도시인 대만은 홍콩 시위대들의 피난처로 환영을 받고 있다. 홍콩 처럼 본토에서 반체제 인사들을 받아온 역사도 있다.

중국은 대만을 중국의 일부로 보고 있지만, 대만 지도자들은 자국의 주권을 주장하고 있다. 많은 대만인들은 중국 정부가 홍콩을 침범한 것을 두고 대만의 민주적인 미래를 우려하며 홍콩 시위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대만 정부는 이 같은 움직임에 신중한 입장이다. NYT는 "대만 정부가 더 느슨한 망명법을 통과시켜 중국을 자극하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면서 "대만으로 피난 온 시위대들은 현재 임시 비자만 갖고 법적인 변두리에 빠져 있다"고 전했다.

[우고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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