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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벼랑끝 전술 꺼낸 北에 트럼프 "모든것 잃는다" 경고…높아지는 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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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CBS노컷뉴스 장규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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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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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을 했다고 전날 밝혔다. 미국 언론들은 이것이 위성발사 더 나아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재개의 신호라고 해석하면서 결국 북한이 넘서는 안되는 레드라인을 넘을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자신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화하거나 대선에 개입하기를 원치 않을 것이라면서도 적대행동에 나설 경우 “사실상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언론 인터뷰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약속과 다른 길을 간다면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며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한국시간으로 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다음날인 8일에 보도를 내놨다. 자세한 시험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중요한 작용을 할 것”이라며 다소 모호한 표현을 사용했다.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소장은 8일(현지시간) 서해위성발사장을 찍은 위성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리면서, “서해에서 로켓엔진시험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관측했다.

뉴욕타임즈도 이날 전문가들을 인용해 북한이 ICBM을 비롯한 장거리 탄도미사일용 새로운 형태의 엔진시험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이는 그동안 북한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자체적으로 중단을 선언했던 ICBM 시험발사 재개 가능성을 미국에 경고하는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시험으로 향후 인공위성이나 ICBM 시험발사를 위한 길을 열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자체적으로 정한 협상 시한인 연말을 넘어가면, 다시 전략적 도발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하며 미국을 압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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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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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북한이 신형 방사포나 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에 나설 때마다 ‘단거리 미사일일 뿐이고 다른 나라들도 하는 것'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미국에 위협은 아니라는 논리다.

그러나 북한이 미국을 사정권으로 둔 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의 담판으로 미국에 대한 위협은 제거했다는 성과는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비핀 나랑 매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이것은 매우 불길하다”며 “외교적 출구 없이 2017년의 상황을 2020년에 맞이할지도 몰라 우려스럽다”고 썼다. 북미 관계가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 ‘화염과 분노’라는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것.

이미 북한은 전날 김성 유엔주재북한대사의 성명을 통해 “미국이 추구하는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대화는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라고 폄하하면서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협상 결렬을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같은 날 김 대사의 성명에 대해 “북한이 적대적으로 행동한다면 나는 놀랄 것”이라며 “나는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 우리 두 사람 모두 그렇게 유지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가 다가오는 선거를 치른다는 것을 안다”며 “나는 그가 선거에 개입하길 원한다고 생각지 않지만 우리는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 자신이 보기에는 김 위원장이 적대행동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 것이다.

그는 다음날에도 자신의 트위터에 김정은 위원장이 “너무 영리하고, 그가 적대적 방식으로 행동한다면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사실 모든 것을 다 잃는다”고 쓰면서 “그는 나와 함께 싱가포르에서 강력한 비핵화 합의에 서명했다. 그(김정은)는 미국 대통령과의 특별한 관계를 무효화 하거나 (내년) 12월 미 대선에 개입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영리한 김정은 위원장이 그럴 리가 없다는 인식을 재차 강조하는 동시에 ‘적대 행동에 나선다면 모든 것을 다 잃을 수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도 함께 실어, 전날 김 위원장과의 좋은 관계를 강조했던 것보다 발언의 톤이 한층 강경해졌다.

그간 북한을 자극하는 발언을 자제해왔던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태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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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사진=AP/연합뉴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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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날 미 CBS 방송의 ‘페이스 더 네이션’과 인터뷰에서 ‘비핵화가 협상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는 김성 대사의 성명에 대해 “약간 놀랐다”며 “만약 그렇게 한다면 그것은 그들에게 좋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과 “협상을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북한이 약속과 다른 길을 간다면 “우리는 많은 수단을 갖고 있다”고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전날 녹화된 이날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이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및 핵실험 재개 가능성과 관련한 질문에 “가정적으로 답변하지 않겠다”면서 “대화는 늘 열려있다고 본다”고 답변한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발언의 강도가 더 세졌다.

북한은 연말을 협상시한으로 못 박아 놓고, 시한을 넘기면 마치 ICBM 도발 등으로 선을 넘을 것처럼 행동하는 이른바 ‘벼랑 끝 전술’을 다시 꺼내들고 있고, 미국도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행정부 관계자들까지 경고음을 발신하고 나서면서, 북미 간 긴장이 다시금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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