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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키코 피해기업 11년 만에 배상받나…배상 비율 촉각, 은행 수용 여부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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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KIKO·외환파생상품) 피해 기업들로 구성된 키코공동대책위원회가 지난 6월 정부서울청사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팩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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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코 금융감독원 분조위 12일 오후 비공개로 개최

[더팩트│황원영 기자] 11년째 이어지고 있는 키코(KIKO·외환파생상품) 사태에 대한 금융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 개최 날짜가 12일로 확정됐다. 업계는 피해 기업에 대한 배상비율이 어느 정도 선에서 결정될 것인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은행들이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 배상비율은 20~30%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반면, 앞서 DLF(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에 대해 금융감독원(금감원) 분조위가 이례적으로 역대 최고 배상비율(80%)을 내놓으면서 키코 역시 예상을 벗어난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미 대법원 판결이 내려진 사건인만큼, 은행들의 피해보상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1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오는 12일 오후 3시 키코 손해배상 분조위를 비공개로 진행하고 배상 비율을 발표한다. 이번 분쟁조정은 일성하이스코·재영솔루텍·원글로벌미디어·남화통상 등 4개 피해기업이 신한·우리·KEB하나·KDB산업·씨티·DGB대구은행 등 6개 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것이다. 피해 금액은 1500억 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키코는 지난 2008년 당시 금융권이 수출 중소기업 등에 판매한 파생상품이다. DLF처럼 일정 범위 안에서 환율이 움직이면 약정한 환율에 외화를 팔 수 있지만, 환율이 상한선이나 하한선 이하로 떨어지면 대규모 환손실을 입을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중소 수출기업들이 은행들의 권유로 가입했다가 그 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치면서 환율이 치솟아 막대한 피해를 입고 줄도산하게 됐다.

당시 피해 기업들은 키코 상품의 불공정성을 지적하며 이를 판매한 금융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2013년 대법원이 "키코는 불공정 거래 행위가 아니다"고 확정 판결을 내며 사태는 마무리 됐다.

하지만, 2017년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행정혁신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키코 사태가 재조명을 받게 됐다. 당시 금융행정혁신위원장을 맡았던 윤석헌 금감원장은 키코 재조사를 권고했다. 이어 지난해 금감원장으로 취임한 후 키코 사건을 재조하겠다고 밝히면서 분조위 개최에 힘을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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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붕구 키코 공동대책위원장이 지난 5일 열린 DLF피해자대책위원회 입장발표 기자회견에 참석해 키코 사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정소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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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건은 배상비율이다. 금융회사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지 않는 한 단순 불완전판매의 경우 금융회사의 배상비율이 50%를 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업계 안팎에서는 키코 배상비율이 30%수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DLF 사태에 힘입어 키코 역시 배상비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지난 5일 금감원은 DLF 피해자들에게 40~80%의 금액을 배상하라고 결정했다. 불완전 판매에 상품 구조적인 문제를 더해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비율을 책정한 것이다. 우리은행에 최대 80%, KEB하나은행에 최대 65%의 배상률을 부과했다. 키코 사태가 DLF 사태와 매우 유사한 측면이 많은 만큼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률이 내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이 배상비율을 수용할 지는 미지수다. 손해배상청구권의 민법상 소멸시효인 10년이 지난 사안인 만큼 은행들이 배상에 대한 책임이 없다며 발을 뺄 수 있다. 게다가 금감원의 권고는 강제성이 없어 은행이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

일각에서는 은행이 법적 근거 없이 배상을 수용할 경우 주주의 이익을 헤칠 수 있다며 배임행위라는 분석도 제기됐다. 앞서 대법원이 불공정 행위가 아니라고 은행 측의 손을 들어줬다는 점 역시 은행 측 주장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은행들은 일단 분조위 결과를 지켜본 후 일부 수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은 "피해기업과 은행 모두가 분조위 조정안을 수락할 수 있도록 접점을 찾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붕구 키코(KIKO·환헤지 통화옵션상품) 공동대책위원장은 지난 5일 열린 DLF 피해자대책위원회(피해자비대위) 기자회견에 참석해 "10년 전 DLF와 같은 키코에 가입한 기업들은 도산하고, 임직원이 뿔뿔이 흩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고, 좌절했다"며 "키코 사태 당시 이에 대해 단죄해달라며 검찰, 국회 안 다닌 곳이 없지만 여태 해결되지 않았다"고 사태 해결을 촉구했다.

won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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