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27 (월)

“에이즈가 동성애 때문이라고?”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에 답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국성소수자연구회 모임 책 출간

다양한 분야 19명 학자, 활동가 참여
한국일보

10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공동집필자들이 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캐오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관할사제,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 박한희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변호사,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창비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문가, 교수를 자처하는 사람들까지 성 소수자에 대한 잘못된 정보를 사실인양 발언하고 논문까지 내는 현실을 참을 수 없었다.” 자못 비장한 말투로 홍성수 숙명여대 법대 교수가 말했다.

이미 40년 전에 세계보건기구는 동성애는 질병이 아니라고 결론 지었다. 에이즈 또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때문이라고 밝혀졌다. 과학적 증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동성애’라 하면 이런 얘기부터 끄집어낸다.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위해서라면, 더 이상 내 알 바 아니라는 식의 태도다.

홍 교수가 속한 한국성소수자연구회가 ‘무지개는 더 많은 빛깔을 원한다’는 책을 기획한 것은 이 때문이다.

10일 서울 서교동 창비서교빌딩에서 열린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참석자들은 “거짓과 오해가 진실로 둔갑하는 현실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다”고 입을 모았다. 책에는 성 소수자 혐오 세력이 퍼뜨리는 왜곡된 정보에 반박할 수 있는 대항 지식과 논리가 가득하다. 일종의 ‘성 소수자를 위한 팩트체크’인 셈이다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건, 성 소수자에 대한 한국 사회의 인식이 갈수록 후퇴하고 있다는 점이다. 혐오 생산을 통해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는 보수 기독교계, 그리고 이들을 그저 ‘표’로만 계산해 몸을 사리는 정치권이 문제다. 최훈 강원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는 “1997년 대선 토론 때만 해도 보수 후보조차 성 소수자 문제에 대해서는 공감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오직 ‘찬성이냐 반대냐’로만 질문하고, 또 거기에 대고 ‘반대한다’고 답하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희망은 있다. 자캐오 대한성공회 용산나눔의 집 관할사제는 기독교도들의 각성을 주문했다. 그는 “극우 복음주의는 ‘다름’을 ‘이단’으로 내치는 정복과 전쟁의 행태로 교세를 확장해왔고 신도들은 무조건 따르는 걸 최고의 신앙이라 배웠다”며 “이제는 성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질문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2016년 결성된 성소수자연구회에는 김승섭 고려대 보건과학과 교수, 김지혜 강릉원주대 다문화학과 교수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 19명이 참여했다. 연구회 창립소식에 열렬한 지지 성명을 보낸 학자들은 무려 353명에 달한다. 연구회는 이번 책 출간을 계기로 연구 활동을 더 확대키로 했다. 내년 1월 공식 학회로 등록하고, 학술대회도 연다.

강윤주 기자 kkang@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