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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8 (화)

인도 ‘무슬림은 쏙 뺀’ 이민자 시민권법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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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 사회 “차별 합법화” 거센 반발
한국일보

9일 인도 아삼 주의 구와하티 주민들이 횃불을 들고 인도 정부가 추진 중인 무슬림을 제외한 이민법 개정안을 철회하라고 외치고 있다. 구와하티=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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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힌두 민족주의’를 앞세운 인도 정부가 불법 이민자들에게 시민권을 줄 수 있도록 관련 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인도 이웃 국가에서 종교적 탄압을 피해 입국한 이들을 구제하겠다는 취지이나 정작 인도 내 소수 그룹인 무슬림은 제외한다고 명시해 야당과 무슬림 사회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따르면, 인도 내무부는 이날 인도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등 3개 인접국 출신 불법 이민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이민법 개정안을 하원에 제출했다. 인도국민당(BJP)이 다수인 하원은 개정안을 이튿날 곧바로 통과시켰다고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이에 따라 개정안이 상원에서도 통과될 경우 3개국 이민자는 당국 심사를 거쳐 인도 시민권을 취득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개정안에 제외 대상으로 명시된 무슬림은 시민권을 취득할 수 없다. 무슬림 교도는 소수 집단이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종교적 박해를 받고 있는 난민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지만 실제 내용은 무슬림 차별을 합법화하고 있는 셈이다.

델리와 콜카타 등 인도 주요 대도시에서는 무슬림을 중심으로 개정안 반대 시위가 벌어졌다. 특히 최근 수일째 개정법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인도 북동부 아삼 주(州)는 폭발 직전이다. 방글라데시와 인접한 이 지역에는 불법 무슬림 난민 수 십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시민권 취득 자격이 있는 힌두교도와는 달리 강제 추방될 위기에 놓인 셈이다. 아삼 지역 내 모든 기관ㆍ상점의 총파업 운동을 주도하고 있는 ‘아삼 학생연맹’은 “개정안 폐기를 목표로 마지막 한 사람의 마지막 핏방울이 흐를 때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인도 학자 1,000여명은 9일 공동성명을 내고 “우리는 이번 개정안으로 인도의 다양성이 억압되는 게 두렵다”고 반발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힌두교도가 인구 80%를 차지하고 있는 인도에선 나렌드라 모디 정부 집권 이후 무슬림 탄압 움직임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지난달 아미트 샤 내무부 장관은 불법 이민자 색출을 목표로 한 국가시민명부(NRC) 등록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종교를 이유로 한 차별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실상 무슬림 추방을 의도한 것이란 비난이 거세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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