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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사설] "운동권 민주주의, 전체주의와 비슷하다"는 진보원로의 苦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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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 민주주의 위기의 본질은 한국진보의 도덕적 정신적 파탄"이라며 "현 진보세력의 직접 민주주의가 전체주의와 비슷하다"고 질타했다. 진보성향의 정치학계 원로가 현 정권의 주류세력인 1980년대 진보운동권을 작심하고 비판한 것이다. 최 교수는 9일 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수상 19주년 학술회의에서 현 정부의 적폐청산에 대해 "민주화 이전으로 회귀해 역사와 대결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교수는 민주주의 위기의 상징적 장면으로 조국 사태 당시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쪼개진 찬반집회를 꼽으며 "직접 민주주의를 진정한 민주주의로 이해하고 모든 인민을 다수 인민의 '총의'에 복종하도록 강제하는 틀은 전체주의와 동일한 정치체제"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386운동권을 겨냥해 "더 이상 진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진영 간 극단적인 세대결을 국론분열이 아닌 직접 민주주의라며 방치했던 정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은 것이다. 그는 또 "과거 운동권 학생들이 한국 정치를 지배하는 정치계급이 됐다"며 "군부독재를 절대악으로 규정했던 경험에 따라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선과 악 등 이념의 형태로 민주주의를 이해하고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최 교수의 지적처럼, 일부 운동권세력은 시대가 변했는데도 아직까지 1980년대 '친북·반미·반시장' 가치관에 갇혀 편 가르기를 일삼는가 하면 조국 사태에서 보듯 편법과 반칙을 통해 기득권 유지에 매달리고 있다. 감찰무마·하명수사 의혹사건에선 자기 편을 챙기려고 조직적으로 개입한 정황마저 드러나고 있다. 이런 퇴행적 모습이 반복되다보니 386 출신들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퇴출 압박을 받는 것이다. 집권 세력은 "민주주의의 가장 위험한 적은 스스로를 민주주의자로 생각하는 행위자들"이라는 고언을 반드시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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