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그의 삶에는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 1997년 외환위기는 글로벌 시장에서 질주하던 대우와 그의 발걸음을 멈춰 세웠다. 전 세계 시장으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차입 경영에 의존했던 게 화근이었다. 외환위기로 신용이 붕괴되자 금리는 30% 넘게 폭등했고 대우그룹 부채도 감당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 김 전 회장은 "수출을 통한 무역흑자로 외환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로 정부 지원을 이끌어내려 했지만 대우를 살리는 데는 실패했다. 대우그룹은 1999년 유동성이 막혀 해체됐고 그의 세계경영도 막을 내렸다. 대우그룹이 무너진 원인과 과정에 대해서는 여전히 논란이 있지만 어찌 됐든 그는 분식회계와 부실경영으로 투자자들에게 막대한 손실을 입혔고 이는 평생 그의 족쇄가 됐다.
하지만 그를 실패한 경영자로만 볼 수는 없다. 그가 남긴 기업가정신은 여전히 우리나라 경제를 성장시키는 추동력이 되고 있다. 그는 10년 전부터 베트남에서 청년 창업을 지원하며 세계경영 정신을 전수하는 사업에 매달렸다. 현재 그가 배출해 베트남과 미얀마,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각국에서 활약하는 청년 사업가는 1000여 명에 이른다.
한국은 글로벌 기업가정신지수 순위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 중 중·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기업에 대한 규제가 심하고 노동시장이 경직된 탓도 있지만 젊은이들의 기업가정신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김 전 회장이 세계경영을 펼치며 보여준 야성과 도전정신을 회복해야 한다. 그래야 저성장의 깊은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김 전 회장이 30년 전 설파한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는 화두가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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