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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필동정담] 제보자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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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틴 기자는 1972년 역사에 남을 특종기사를 만들어 냈다. 워터게이트 사건 보도다. 이 사건은 야당 선거사무소에 도청장치를 설치하려던 남성 5명이 현장에서 발각돼 체포되면서 시작됐다. 리처드 닉슨 대통령을 재선시키려고 뛰고 있던 비밀공작반이었다. 그들의 정체를 밝혀내는 데에는 제보자가 전해준 단서가 큰 힘을 발휘했다. 그 덕분에 닉슨 정권의 선거 방해 공작은 만천하에 공개됐고 1974년 닉슨 대통령은 사퇴하기에 이른다.

'딥 스로트(Deep Throat)'로만 알려져 있던 그 제보자의 정체가 드러난 것은 30여 년이 흐른 뒤다. 윌리엄 마크 펠트 전 미국 연방수사국(FBI) 부국장이 2005년 스스로 정체를 공개했다. 제보자 보호가 항상 이와 같은 것은 아니다. 지난해 12월 전남 장성의 한 고등학교에서 29세 교무행정사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국민신문고에 같은 학교 교감 승진 예정자였던 A씨의 부적절한 행실을 고발했는데 어이없는 행정 실수로 제보자 신원이 노출되고 말았다. 밀고자로 찍혀 A씨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괴롭힘을 당하던 그는 결국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문재인정부 들어 나라가 많이 변했다고 생각했는데 보호받아야 할 사람이 가해자가 됐다'는 취지의 유서만 남았다.

김기현 전 울산시장 주변 인물을 둘러싼 '비리 수사 의혹'과 관련해 제보자가 주목받고 있다.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이다. 그가 실제 제보자인지, 제보 내용은 정확하게 무엇이었는지 또 그가 제보자라는 사실을 언론에 알린 사람은 누구인지 궁금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여기서 송 부시장의 '제보 내용과 실체'를 밝히는 것은 중요하다. 송 부시장이 보호받았어야 할 제보자였는지 아니면 그를 언론에 알린 정체불명의 또 다른 제보자가 보호 대상인지 판단하기 위해서다. 공익을 위한 제보자는 당연히 보호해야 한다. 잠재적 내부고발자들에게 용기를 심어주기 위해서도 그렇다.

[최경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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