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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백브리핑] 본사라고 무조건 갑질하는 건 아닌데… BBQ는 억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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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2년 전 치킨 업체 제너시스BBQ의 윤홍근〈사진〉 회장이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다며 방송사에 제보하고, 수사기관에 고소까지 했던 가맹점주가 최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검찰이 허위 제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11월 한 방송사는 '윤 회장이 BBQ 가맹점에 예고도 없이 찾아가 지점 폐쇄를 운운하고 막말을 퍼부었으며, 이후 유통기한이 임박하거나 중량이 모자라는 닭을 공급했다'는 내용을 단독 보도했습니다. 윤 회장의 갑질 의혹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이 '프랜차이즈 갑질'에 칼을 빼들었던 당시 상황과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번졌습니다.

수사 결과는 반전이었습니다. 뉴스에 등장했던 폭언 목격자는 당시 현장에 있지도 않았던 인물이고, 본사가 일부러 부실한 재료를 떠넘긴 사실도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점주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갑질이 아니라 '을질' 사건으로 바뀐 겁니다. 하지만 가맹점주는 지금도 폭언과 욕설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BBQ 관계자는 "갑질 누명을 쓰고 난 이후 전체 매출이 30%가량 줄었다"며 "사실무근이라고 많이 해명했는데도 여전히 갑질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는 재판에서 최종적으로 밝혀질 것입니다.

영세 업주를 울리는 프랜차이즈 본사의 갑질 행태는 처벌해야 마땅합니다. 여전히 가맹점주에게 매출액·순이익을 속이거나, 재료비를 부풀리는가 하면, 매장 공사비·광고 비용 부담을 떠넘기는 업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점주는 일방적 피해자이며, 본사는 언제나 점주를 착취한다'는 얼개 역시 위험합니다. 악의적 을질로 다른 가맹점주 등 무고한 '을'들이 피해를 볼 수도 있습니다. 갑질 횡포를 벌이는 업주와 갑질 프레임을 이용하려는 이들이 뒤섞인 세상에서 소비자에게도 '갑질 리터러시(literacy·해독 능력)'가 필요한 시대가 돼 버렸습니다.





한경진 기자(kj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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