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돈 만들기가 여의치 않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잔돈이라도 모으자"는 '짠테크'가 인기를 끌면서, 국내 핀테크 기업과 기존 금융사들도 소비하고 남는 끝전을 모아 저축하고 투자하는 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저금통 서비스는 카카오뱅크가 내놓은 두 번째 짠테크 상품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해 6월 첫 주에 1000원, 둘째 주는 2000원, 그다음 주엔 3000원 등 매주 증액해 납입하는 '26주 적금'을 출시해 인기를 끌었다. 저금통 서비스를 기획한 김기성 TF장은 "저축을 어렵게 느끼는 10~20대들이 차곡차곡 동전이 모이는 것을 보면서 저축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전 재테크' 혹은 '잔돈 금융'이라고도 불리는 티끌 모아 태산 전략이다.
◇4700원 결제하면 300원 자동 저축
현재 출시된 잔돈 금융 서비스는 대부분 카드 결제 시 자투리 금액을 자동으로 저축하거나 투자해주는 식이다. 용돈을 받는 학생이나 아직 소득이 적은 2030세대를 타깃으로 삼고 있는 만큼 자동 저축되는 금액도 소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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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금융 앱 '토스'는 작년 10월 국내에서 가장 먼저 '잔돈 저축' 기능을 내놨다. 토스카드로 결제할 때마다 1000원 미만 잔돈을 자동으로 저금해 주는 기능으로, 누적 사용자가 60만명 이상이다. 만약 4700원짜리 커피 한 잔을 결제했다면 300원을 잔돈 저축 계좌에 자동 송금한다. 또 다른 핀테크 업체 '핀크'는 커피·편의점·치킨 등 6가지 분야에서 결제할 때, 자신이 미리 정한 비율에 따라 자동 저금이 되는 연 2% 금리의 '습관 저금' 상품을 내놨다. 예컨대 치킨을 시켜 먹으면 결제 금액의 20%가 추가로 습관 저금 계좌에 송금되도록 설정하는 식이다.
카드를 쓸 때마다 생기는 자투리 금액을 자동으로 국내외 주식에 투자하는 신한카드의 '소액 투자 서비스'에 대한 고객 반응도 뜨겁다. 해외 주식의 경우 신한금투의 해외 주식 소수점 매매 서비스를 활용해 아마존과 애플, 스타벅스 등에 0.01주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9월 3일 이후 누적 투자 건수가 22만건, 투자 금액은 3억2000만원에 이른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특히 해외 주식 투자를 개시한 11월 말 이후 이용자 수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 세계서 2030 대상 '잔돈 금융' 성장
잔돈 금융 서비스는 2010년대 미국 등 글로벌 핀테크 기업들이 처음 시작했다. 지난 2012년 설립된 미국 스타트업 '에이콘스(Acorns)'가 잔돈 금융 선구자로 꼽힌다. 이들의 슬로건은 "잔돈을 투자하세요(Invest your spare money)"이다. 스마트폰 앱에 연동된 카드로 소비자가 결제하면 1달러 미만의 잔돈을 자동으로 모으고, 이를 주식이나 채권, 펀드 등에 투자해 주는 것이다. 예컨대 25.45달러짜리 물건을 구매하면 26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기록되고, 차액인 55센트를 자동 저축한다. 모인 돈이 5달러, 10달러 등 투자자가 설정한 금액 이상이 되면 금융 상품에 투자하게 된다. 투자 금액에 따라 월 1~3달러 이용료를 내야 하지만, 작년 말 기준 고객 수가 350만명에 이른다. 고객의 75%가 35세 이하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모바일 기기에 친숙하지만 저축과 투자에는 소극적이었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잔돈 금융'이 성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경화 기자(hw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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