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26 (수)

반도체 호황 저물자…중견 제조업체 매출증가율, 대기업 3분의 1 미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작년 하반기 반도체 생산 줄자 하청받는 중견기업 '타격'
철강·車 주요산업 부진도 악영향…1차금속 매출 '마이너스'
게임·건설 등 비제조 중견기업, 영업이익률 대기업 웃돌아

반도체 호황이 저물었던 지난해 자산 10조원 미만인 중견 제조업체들의 매출액 증가율이 대기업의 3분의 1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견 제조업체 대부분은 하청업체로, 재고가 쌓인 대기업들이 생산 주문을 줄이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에 중견 제조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중견기업의 비중이 높은 자동차·철강 등 주요 산업이 부진해진 것도 매출과 영업이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18년 중견기업 기업경영분석(시험편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중견 제조업체의 매출액증가율은 전년대비 1.3%로 집계됐다. 매출액증가율은 기업의 성장성을 의미하는 지표인데, 대기업(4.6%), 중소기업(2.8%) 대비 상당히 낮은 수준을 나타낸 것이다. 특히 대기업과 비교하면 3분의 1 수준에도 못 미쳤다. 한 해 전인 2017년 제조업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이 9.7%, 중견기업이 4.1% 였던 것에 비해 격차가 더 확대된 것이다.

조선비즈

인천 부평에 위치한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한 직원이 멈춰선 생산라인을 보고 있다. /조선DB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한은은 이날 처음으로 2016~2018년 중견기업의 기업경영분석을 별도로 공개했다. 기존 기업경영분석 결과에서 중소기업과 대기업 중 자산총액 10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은 제외한 통계다. 외국인 투자기업과 공기업, 비영리법인도 제외됐다. 한은은 그간 대·중소기업으로 분류된 통계에서는 알 수 없었던 중견기업들의 경영상황을 담았다는 데 의미를 뒀다.

중견 제조업체와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 격차가 나타난 건 지난해 반도체 업황 둔화와 자동차, 철강 등 주요 산업 부진과 영향이 컸다.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영상·통신장비 업종에서의 매출액을 살펴보면 중견기업은 지난해 5.0% 역성장 한 것으로 집계됐다. 1년 전 6.4%였다가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대기업은 같은 기간 21.9%에서 4.6%로 증가율이 감소하기는 했지만 플러스(+)는 유지했다.

한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반도체 업황이 호황을 누리면서 생산이 크게 늘었는데 하반기부터 재고가 쌓이기 시작하자 하청을 받는 중견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비즈

한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견기업의 비중이 큰 자동차, 철강업황이 악화된 것도 매출액증가율을 끌어내린 원인으로 지목됐다. 매출액을 기준으로 철강, 자동차 업종에서 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8.0%, 26.9%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1차금속의 경우 대기업의 매출액증가율은 3.3%인데 반해 중견기업은 -0.2%를 기록했다. 글로벌 철강업황이 부진해지자 대기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눈길을 돌렸지만 자본력이 부진한 중견기업은 고스란히 매출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같은 이유로 또 다른 성장성 지표인 총자산증가율의 경우도 제조 중견업체(3.0%)가 대기업(4.7%), 중소기업(6.2%)보다 낮았다.

비제조 중견업체는 제조업체에 비해 사정이 나았다. 이들의 매출액증가율은 1.4%로, 대기업(0.6%)보다는 높고 중소기업(7.6%)보다는 낮았다. 특히 총자산증가율(5.0%)은 대기업(2.3%)의 두 배 이상 인데, 이는 자산 중 매출채권의 비중이 높은 게임업계의 특이성이 반영된 것으로 분석됐다.

비제조 중견업체들의 수익성도 대기업 대비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비제조 중견업체들이 6.1%로 대기업(5.3%), 중소기업(3.3%)을 웃돌았다. 이 역시 영업이익률이 40~50%에 달하는 게임업체의 기여도가 높았다. 게임업을 포함하는 정보통신업의 영업이익률을 살펴보면 중견기업이 14.2%로 대기업(10.3%)보다 훨씬 높았다.

중견기업은 부채비율과 차입금의존도 등 안정성 측면에서 상당히 양호한 수준을 유지했다. 제조·비제조업을 통틀어 중견기업의 차입금의존도는 23.3%로 대기업(23.8%), 중소기업(38.2%) 대비 낮았다. 부채비율은 제조업에서는 중견기업이 79.3%로 대기업(58.7%)보다는 높고 중소기업(125.7%)보다는 낮았지만, 비제조업에서는 110.6%로 대기업(132.2%), 중소기업(181.6%)을 모두 밑돌았다.

조은임 기자(goodnim@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