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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인터뷰] 이준구 센터장 “양자컴퓨터, 3년 뒤 실생활 응용… 韓도 대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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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AI양자컴퓨팅 ITRC 센터, 국내 양자컴퓨팅 특화 연구·교육 사업
구글·MS·아마존·IBM 등이 주목한 이유 "수학적 난제 빠르게 계산"

"양자컴퓨팅(Quantum computing) 기술 발전 단계를 보면 아직은 태동기에 있습니다. 하지만 기술 발전 방향과 속도를 봤을 때 3~5년 후면 실제로 현실에 응용하는 사례가 생길 것으로 예상합니다."

조선비즈

이준구 카이스트 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조선DB



11일 이준구 카이스트(KAIST) 인공지능양자컴퓨팅 IT인력양성 연구센터(이하 AI양자컴퓨팅 ITRC) 센터장은 "최근 양자컴퓨팅 분야에서 글로벌 IT 공룡들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양자컴퓨팅이 차세대 먹거리를 위한 핵심 기술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기업의 주도권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구글이 올 10월 양자컴퓨팅 분야 터줏대감인 IBM을 자극하면서 경쟁을 촉발한 게 신호탄이었다.

구글은 자체 개발한 양자컴퓨터를 이용하면 수퍼컴퓨터로 1만년 걸리는 연산(난수 증명 문제)을 200초 만에 풀 수 있다고 발표했다.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Sycamore)’로 세계 최강의 수퍼컴퓨터로 불리는 IBM의 서미트를 눌렀다고 밝힌 것이다. 이는 양자컴퓨터가 기존 수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을 능가하는 이른바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을 달성한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올 11월 클라우드 기반 양자컴퓨팅 서비스 ‘애저 퀀텀’을 선보였다. 이번달에는 아마존웹서비스(AWS)가 클라우드와 양자컴퓨터를 결합한 ‘브라켓’ 서비스를 내놓았다. 반도체 강자인 인텔도 양자 프로세서 개발에 뛰어든 상태다.

양자컴퓨팅이 어떤 기술이길래 이처럼 글로벌 IT 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드는 것일까. 이 센터장은 양자컴퓨팅을 "수학적 난제에 해당하는 계산 문제를 아주 빠르고 적은 전력으로 계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고 정의했다. 카이스트 AI양자컴퓨팅 ITRC는 지난해 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지원으로 대학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양자컴퓨팅 특화 연구·교육 사업이다.

그는 "당장은 연구 수준에서 활용되고 있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선점하면 향후 관련 시장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면서 "완벽한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앞으로 10년 정도가 더 걸릴 것으로 본다. 특정 분야에 있어선 현재 기술로도 수퍼컴퓨터보다 더 빠른 연산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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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올 10월 발표한 AI 퀀텀 시커모어 프로세서./구글코리아



이 센터장은 "양자컴퓨터는 미래를 바꿀 기술"이라고 강조하며 향후 5년 내 두가지 분야에서 판도를 바꾸는 ‘게임 체인저(Game Changer)’가 될 것이라고 했다. 첫번째는 양자 화학 분야 문제를 양자컴퓨터로 푸는 것이고, 두번째는 복잡한 연산이 필요한 ICT(정보통신기술) 분야 ‘최적화 기술’이다.

이 센터장은 "양자 화학 분야에선 새로운 물질 발견, 개인 맞춤형 신약 개발 등이 화두다. 이 같은 분야에서 양자컴퓨터를 널리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고효율 배터리 개발을 위한 2차전지용 물질 연구, 새로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물질 연구 등도 대표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방대한 데이터 처리가 필요한 AI와 서비스 최적화 분야에서도 양자컴퓨팅이 널리 적용될 것"이라며 "수천만대의 자동차 동선을 실시간으로 추적, 최적화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컴퓨팅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양자컴퓨터를 활용할 수 있다"고 했다.

이론적으로 컴퓨팅 기술은 지금보다 100만배 이상 성능 개선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현재 메모리 반도체와 중앙처리장치(CPU) 등을 만드는 실리콘 기반 기술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자컴퓨팅 같은 기술이 필요한 이유다.

이 센터장은 현 시점에서의 양자 우월성은 다소 과장된 개념이라고 지적했다. 수퍼컴퓨터보다 빠른 계산을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할 수 있지만, 모든 부문에서 앞서는 건 아니며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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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가 구글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앞에 서 있다./구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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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센터장은 "현재 기술력으로 판단한다면 IBM이 가장 앞서 있다. IBM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양자컴퓨팅을 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까지 만들어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기술 실용화에 가장 가까이 와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안타깝지만 한국은 양자컴퓨팅에 관한 투자를 너무 늦게 시작했다. 삼성전자, 삼성SDS,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이 노력하고 있지만 기술 격차가 크다"면서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경쟁력 확보 방안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2018년부터 5년간 양자컴퓨팅 분야에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중국은 5년간 1000억위안(약 16조5000억원)를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관련 기술 개발 및 생태계 조성을 위해 2020년부터 5년간 445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박원익 기자(wipar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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