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헤이 미 국방부 차관보 중앙일보와 문답
미국산 무기 구입이 방위비 협상의 옵션?
"개념상으로 그렇게 생각하는 게 합리적"
실제 협상서 논의 여부는 몰라…개인 의견
"적절한 협력되면 방위비 분담이라고 봐야"
문재인-트럼프 9월 뉴욕 정상회담에서
방위비 협상과 군사 장비 구매 내역 논의
케빈 파헤이 미 국방부 차관보. [사진 미 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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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 고위 관계자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를 한·미 방위비 협상과 연결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다만, 자신은 현재 진행 중인 한·미 방위비 협상에 관여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협상 진행 상황을 반영한 발언은 아니라고 부연했다.
케빈 파헤이 미 국방부 획득운영유지차관실 획득 담당 차관보는 10일(현지시간)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무기를 더 많이 구매할 경우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낮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파헤이 차관보는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방위사업청과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관한 '2019년 방위사업청과 CSIS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중앙일보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의 미국산 무기 구매가 방위비 협상에 옵션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개념상으로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이 미국과 무기 거래에서 "보다 적절한(legitimate) 협력을 이룰 경우, 이는 방위비 분담(burden sharing)의 일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슷한 질문이 이어졌다. 무기 구매와 방위비 협상을 엮어 '패키지 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미 국방부에서 외국으로부터 무기를 구매하는 담당자이지 (방위비) 협상을 하는 사람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면서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지난 6일 미국 백악관에서 회의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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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이유로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래적 외교관계와 협상 스타일을 꼽았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늘 합의(deal)를 모색하는 협상맨이다. 나는 그가 언제나 열린 사고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과 미국의 방위비 분담 비율을 비교하고, 미국 내에서도 모든 구성원이 자신의 정당한 몫을 지불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파헤이 차관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모든 것이 협상이다. 그가 그런 기회들에 귀 기울일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한국이 미국산 무기 구매를 늘리는 문제와 방위비 협상을 연결 짓는 논의가 검토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는 "나는 협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지만, 개념상(in concept)으로는 연결 지어 생각하는 게 합리적(reasonable)"이라고 말했다.
UN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23일 오후(현지시간) 뉴욕 인터콘티넨탈 바클레이 호텔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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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24일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유엔총회가 열린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열고 방위비 분담금 협상을 논의하면서 한국의 미국산 군사 장비 구매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에 앞선 모두 발언에서 “한국은 미국의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큰 고객이라, 이 부분에 대한 얘기도 나누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진 회담에서는 그날 시작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서 대폭 증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문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지난 10년간 무기 구매 내역과 앞으로 3년간 한국의 무기 구매 계획에 관해 설명했다고 청와대는 전했다.
미국이 한국에 올해의 5배인 50억 달러(약 6조원)에 가까운 방위비 분담을 요구하면서 연내 협상 타결이 어려워진 가운데 일각에서는 한국이 미국 무기 구매를 늘리는 문제를 협상에 연계할 수 있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2019년 방위사업청 CSIS 콘퍼런스'는 한·미 방산 분야 협력 현주소를 확인하고 새로운 협력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양국 업계와 정부 관계자를 초청해 9~10일 열렸다.
방위사업청은 "부품 납품 방식의 기존 협력 확대뿐 아니라 공동연구개발, 공동생산으로까지 양국 방산업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안보와 산업, 과학기술에서 양국 협력을 강화하는 방산분야 협력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면서 "국내 획득 정책 정비를 비롯한 제도개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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