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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서구 사회 젠더관 바꾸는 `K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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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홍석경 서울대 교수


"방탄소년단(BTS)을 비롯한 K팝 아이돌의 '꽃미남' 이미지가 '마초적 남성'을 이상향으로 삼아 온 서구의 사고를 흔들고 있다."

글로벌 현상의 중심에 선 K팝이 서구사회의 젠더(성) 편견을 전복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11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에서 한국언론학회가 주최하고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후원한 세미나 'BTS 너머의 K팝: 미디어기술, 창의산업 그리고 팬덤문화'에서다. K팝이 한류 연구의 하위 주제로 다뤄진 학술대회는 있었지만, 전 세계 학자들이 인종·젠더·미디어 등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홍석경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동아시아 하위 문화인 꽃미남이 K팝의 세계적 인기로 서구사회에 남성성에 대한 새로운 감수성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근육질 남성을 이상으로 삼은 서구사회가 탈마초적인 K팝 아이돌의 젠더적 대안성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 세계적인 페미니즘 확산으로 전통적 '남성성(masculinity)'이 유독성이 있는(toxic) 것으로 여겨지는 경향과 맞닿아 있다. 그는 "BTS가 탈마초적 이미지를 모든 K팝 팬들에게 확대하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강조했다.

김구용 미국 체이니대 교수 역시 "잘 관리된 외모와 겸손한 태도, 그러면서도 강력하고 디테일한 안무는 여성 관객들이 그동안 간절히 바라왔던 것"이라면서 "BTS가 보여준 새로운 남성성이 성 역할에 대한 관습에 도전하고 싶어하는 서구 여성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미디어에서 배제된 흑인 여성도 K팝으로 문화 차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석사과정인 이지원 씨는 "마초적인 흑인 힙합에서 배제된 흑인 여성들은 K팝 아이돌과 흑인 여성 간의 이성애적 관계를 생산하면서 새로운 혼종적인 문화 흐름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말했다. 무성애(無性愛)적 존재로만 그려진 아시안 남성이 흑인 여성과의 새 문화적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한국 문화를 '페티시(물신주의)'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K팝이 소비되는 방식이 평화롭고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다"며 "긴장하는 시각과 연구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강영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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