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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복숭아씨 수천개로 엮은 생명 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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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석과불식 -1901`


석과불식(碩果不食)은 씨 과실을 먹지 않는다는 뜻이다. 중국 주나라 철학서 '주역'에 나오는 말로, 가지 끝에 남아 있는 마지막 씨 과실을 땅에 그대로 둬 새로운 싹을 틔우게 한다는 의미다. 추운 겨울 역경과 고난을 이겨낸 뒤 새로운 생명이 재탄생하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 있다.

김동석 작가는 그 의미를 담아 수천 개 복숭아 씨앗으로 설치 작품을 제작했다. 씨알은 화려한 꽃을 피운 뒤 맺은 열매의 결정체이면서도 땅속에 다시 돌아가 싹을 틔워 나무가 된다. 자기 몸을 태워 세상을 밝히는 촛불처럼 씨알도 자기 몸을 썩혀 생명을 환생시키는 희생정신을 보여준다. 그런 점에서 김 작가의 씨앗 작업은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이타적 문화의 갈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는 석과불식이 새로운 생명의 부활을 촉진하듯, 씨앗 작품이 철학·미학적 언어로 소통되고 확산되기를 기대한다.

그가 설치작품 '석과불식'과 30여 년 동안 제작한 대표작 60여 점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16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에서 펼쳐진다.

작가는 "석과불식은 '씨 과실은 먹지 않는다'는 의미와 '씨 과실은 먹히지 않는다'는 강한 의지와 희망이다. 모든 이가 삶의 목표를 향해 정진해 가기를 소원해 본다"고 했다. 김이천 미술평론가는 "씨앗이라는 오브제의 생명성을 전시장이라는 열린 공간 속에 함축하고 확산하는 특징이 있다"면서 "군집의 씨알 형태 원형 이미지가 철학적 관점에서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네모라는 우리 전통의 우주 관념인 천원지방을 연상시키고, 미학적으로는 직선과 곡선이 조화를 이루면서 균형과 변화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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