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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6 (월)

부장판사 출신 로스쿨 교수 "정경심 공소장 불허는 위법, 檢 재판부 기피신청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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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장관 아내 정경심(57·구속기소)씨의 표창장 위조 사건 재판부가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위법이며, 검찰이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현재 정씨 사건 재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송인권)에서 진행 중이다.

조선일보

이충상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법무법인 바른 홈페이지 캡처


부장 판사 출신으로 법무법인 대표를 지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11일 ‘정경심 사건의 재판장에 대한 기피 신청을 하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내며 이 같이 밝혔다. 그는 "정씨가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기본적 공소사실에서 검찰이 변경한 것은 5가지 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 입장문에 따르면 검찰은 공모자를 성명불상자에서 딸 조민으로, 위조 일시를 2012년 9월 7일에서 2013년 6월로, 위조 장소를 정씨 연구실에서 자택으로, 위조 목적을 유명 대학원 진학에서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 진학으로 등의 공소장 내용을 바꿨다. 또 위조 방법을 ‘컴퓨터 파일로 표창장을 출력해 총장 직인을 날인했다’에서 ‘정씨 아들의 상장을 캡처해 워드 문서에 삽입해 그 중 총장 직인 이미지를 붙여넣었다’ 등으로 바꿨다.

그는 "공모자와 위조 목적을 전보다 구체적으로 특정한 것은 오히려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유리하다"며 "위조 장소와 위조 방법이 변경돼도 기본적인 공소사실은 변경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판사는 마치 검찰의 기소가 원칙적으로 잘못된 것처럼 억지로 흠집을 내고 있다"며 "검찰은 송 판사의 부당한 조치에 굴복해 첫 공소를 취소하지 말고 공소장 변경 신청서의 내용으로 별도로 기소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어 "하나의 표창장 위조를 놓고 두 개의 재판이 진행되는 ‘한 번도 가지 않은 상황’이 벌어져도 그 책임은 전적으로 송 판사에게 있다"며 "송 판사는 정씨에게 무죄를 선고하려고 작심하고 공소장 변경을 허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공소장 변경 불허가 위법하다는 것은 항소심이 판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송 판사는 법관 정기인사가 아닌 때에 형사재판장으로 옮겨졌다"며 "조 전 장관 동생의 영장을 기각해 큰 비판을 받은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정기인사가 아닌 때 옮겨진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송 판사에게 정씨 사건이 재배당된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며 "(재배당 전) 다른 재판장이 정씨의 편을 들어주지 않자 정씨의 편을 들어줄 것으로 예상되는 송 판사에게 인위적으로 재배당된 것 같다"고도 했다.

이 교수는 또 "송 판사가 경제사건 전담부의 재판장이라서 그에게 정씨 사건을 재배당했다고 둘러대지만 정씨의 공소사실 15개 중 경제 사건은 일부에 불과하다"며 "현 정권이 사법부 장악을 넘어서 구체적 사건 처리까지 개입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전날 정씨의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동일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공소사실의 동일성은 서로 달라 보이는 두 사건도 범행 일시나 장소 등 핵심적인 사실관계가 같으면 한 사건으로 본다는 것으로, 동일성이 인정되는 범위 내에서만 공소장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다. 이를 근거로 재판부는 두 사건을 따로 재판에야 한다고 보고 있다.

앞서 송 판사는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에서도 공소장 문제로 검찰과 갈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송 판사는 지난 9월 열린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과 신미숙 전 청와대 균형인사비서관의 재판에서도 "검찰 공소장이 지나치게 장황하다"며 공소장 변경을 요구했다.

[홍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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