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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확신과 과신] 물타기와 손절매의 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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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개인투자자는 기관투자가에 비해 떨어지는 주식을 더 많이 사고, 더 오래 붙들고 있는 경향을 보입니다. 소유한 주식 가격이 크게 떨어지면, 손절매를 선택하기보다 물타기라 부르는 추가 매수를 선택하는 투자자가 많습니다.

물타기를 선택하는 이유 하나는 보유효과 때문입니다. 보유효과란 자신의 소유를 과대평가하는 성향입니다. 연구자들은 실험 참가자 절반에게만 머그컵을 나누어주고, 머그컵을 가진 이들에게는 얼마면 팔 것인지를 묻고, 다른 이들에게는 얼마면 살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팔겠다는 가격이 사겠다는 가격보다 두 배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소유한 주식의 가치에 대해 과대평가하기 때문에 물타기를 선택합니다. 이런 식의 보유효과 때문에 우리는 가진 것을 지키기 위해 아등바등 살아갑니다. 다른 이의 눈으로 볼 때 아무것도 아니지만, 정작 본인은 조금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쩔쩔맵니다.

게다가 보유효과는 손실의 가능성에 대해 위험 선호적인 성향을 낳습니다. 다음 두 가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합시다. 그냥 90만원을 받겠습니까, 아니면 90%의 확률로 100만원을 얻고 10%의 확률로 0원을 얻는 추첨에 참여하겠습니까. 대다수 사람은 위험 회피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90만원을 선택합니다. 반면 비슷한 문제가 손실로 표현되면, 사람들의 선택은 달라집니다. 만약 90만원을 무조건 잃거나, 아니면 90%의 확률로 100만원을 잃고 10%의 확률로 0원을 잃는 추첨에 참여하겠느냐고 물으면, 대다수는 추첨을 선택합니다. 이처럼 손실에 맞선 위험 선호적 선택은 물타기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최근의 연구 하나는 물타기의 또 다른 이유를 제시합니다. 흥미롭게도 주식 투자에서 물타기를 선택하던 이들이 펀드 투자에서는 과감한 손절매를 선택합니다. 연구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주식 투자에서 손절매를 못하는 이유는 자신이 '좋은 투자자'라는 이미지를 지키고 싶은 욕망 때문입니다. 직접 선택한 종목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은 것입니다. 반면 펀드 투자의 경우, 나쁜 수익에 대해 펀드매니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자신의 이미지를 훼손시킬 필요가 없습니다.

연구자들은 간단한 실험을 통해 펀드매니저를 더욱 직접적으로 탓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습니다. 실험 대상자가 주식을 사고파는 결정을 할 때, '매수'와 '매도' 대신 '고용'과 '해고'라는 단어를 사용하게 했습니다. 이처럼 펀드매니저의 역할이 두드러진 상황에서, 사람들은 훨씬 더 과감한 손절매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자신이 틀렸다고 인정하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습니다. '자존심 빼면 시체'라는 표현이 그냥 나왔을 리 없습니다. 소개한 연구가 보여주듯, 상당한 금전적 인센티브가 달려 있고, 대개 남들은 알 수 없는 개인 자산 관리에 있어서도 우리는 자신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고 싶어하는 존재입니다.

인생에서 손절매를 고민해야 할 때가 참 많습니다. 한때 자신이 몸담았고 무척 좋아했던 학교, 교회, 회사, 조직을 떠나보내거나 자신이 지지한 정치적 입장, 오랫동안 진리처럼 믿어 왔던 종교적 교리와 신념 등에 등을 돌려야 할 때가 찾아옵니다. 우리의 본능은 익숙한 것에 대해 더 강한 애착을 보이고 물타기와 같은 추가 매수 전략을 선택합니다. 실상 우리가 지키려는 것은 자기 사랑입니다.

또 한 해가 멀어져 갑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는 즈음에 이르면, 지나간 것이 덧없이 느껴집니다. 송년의 시간에 느끼는 덧없음은 보유효과와 자기 사랑에 매여 살아가는 저 자신을 재부팅해 줍니다. 인지 편향과 감정 편향이 낳은 애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김재수 美인디애나-퍼듀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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