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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반등세 낸드플래시 시장, 과실은 美·日 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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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도체 전문가들은 내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올해보다는 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요는 늘고 재고는 줄고 있기 때문이다. 제품별로는 낸드플래시가 주목된다. 낸드플래시는 스마트폰·PC에서 데이터를 저장하는 반도체다. 미국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IC인사이츠는 10일(현지 시각) 내년 낸드플래시 시장이 올해보다 19%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품목 가운데 성장률이 가장 높다는 것이다. 내년 5G(5세대) 이동통신 상용화에 따른 스마트폰 대용량화와 PC·서버용 저장 장치의 SSD(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 전환이 겹치면서 수요가 급증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반도체 업체들은 이런 반등세에 올라타지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는 나란히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점유율이 줄어든 반면, 경쟁사인 일본 키옥시아(Kioxia·舊 도시바), 미국 인텔 등이 급속도로 시장점유율을 키우면서 한국 기업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하이닉스 점유율 하락



조선비즈


대만의 반도체 시장조사 업체 D램익스체인지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 3분기 낸드플래시 시장은 2분기보다 10% 늘어났다"고 밝혔다. 작년 4분기 이후 3개 분기 연속으로 하락세를 보였지만, 아이폰11 시리즈 등 스마트폰 신작(新作)이 줄줄이 쏟아진 3분기부터 시장이 회복되고 있다.

그러나 시장 성장의 과실은 일본·미국 기업들이 독식했다. 세계 2위 낸드플래시 기업인 일본 키옥시아의 올 3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22억2700만달러(약 2조6600억원)를 기록하면서 전 분기보다 14.3%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2분기 18.1%에서 3분기 18.7%로 올랐다. 지난 6월 일본 요카이치 공장에서 정전 사고가 일어나 약 3개월 이상 낸드플래시 생산에 차질을 빚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온 실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애플의 아이폰 신제품에 키옥시아의 낸드플래시가 대거 탑재되면서 매출이 늘어난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은 서버에 탑재되는 낸드플래시를 중심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인텔의 3분기 낸드플래시 매출은 12억9000만달러로 전 분기보다 무려 37.2% 늘었다. 시장점유율도 같은 기간 8.7%에서 10.9%로 끌어올려 SK하이닉스를 밀어내고 5위를 차지했다.

반면 한국 반도체 업체들의 점유율은 나란히 하락했다. 세계 1위인 삼성전자는 올 3분기 시장점유율이 전 분기보다 1.4%포인트 떨어진 33.5%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기간 점유율이 0.7%포인트 하락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올해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인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신규 투자가 축소됐고, 이에 따라 제품 판매량이 줄어든 것이라고 분석한다.

◇진입 장벽 D램보다 낮아

반도체 업계에서는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은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 스마트폰에서는 5G 상용화로 데이터 처리·저장 용량이 커지면서 낸드플래시 수요가 급증한다. PC·노트북과 데이터센터용 서버(대용량 컴퓨터)에도 최근 들어 낸드플래시로 만드는 SSD를 대거 탑재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차·사물인터넷용 가전제품 등에도 낸드플래시 탑재량이 늘어날 전망이다.

게다가 낸드플래시는 기술 난도가 D램보다 낮아 경쟁이 치열하다. 데이터를 저장하는 셀(cell)을 위로 쌓아올리는 방식의 3D(입체) 낸드플래시 기술은 시장에 등장한 지 5~6년밖에 안 됐고 기술도 초기 수준이기 때문이다. 이론상으로는 1000단 이상 쌓을 수 있지만, 아직 주요 기업들의 양산 제품은 128단 수준이다. 중국의 YMTC(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스)는 올해 64단 낸드플래시를 양산한 이후 곧바로 128단 제품으로 넘어가겠다고 밝힐 정도로 기술 격차가 적다. 한 반도체 업계 고위 관계자는 "D램에서 선제적인 미세 공정 투자로 시장을 장악한 것처럼 낸드플래시에서도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며 "현재 불황으로 인해 기술 투자에 소홀히 했다가는 금방 미·일 업체는 물론이고 중국 업체에도 따라잡힐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강동철 기자(charley@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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