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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산타는 A급 마약을 좋아해요"…월마트 스웨터 광고에 콜롬비아 정부 격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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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크리스마스 시즌 월마트캐나다 웹사이트에 올라온 어글리스웨터 광고. 산타클로스가 `강성 마약` 코카인을 즐기는 모습을 담아 논란을 샀다. [출처 = 콜롬비아 엘티엠포]


월마트가 콜롬비아산 코카인을 흡입하려는 산타클로스가 그려진 '어글리스웨터(Ugly Sweater)' 광고를 실었다가 콜롬비아 정부에게 소송당할 위기에 놓였다. 콜롬비아가 '나르코스(마약상) 컨트리'라는 오명을 안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리 익살맞은 광고라 하더라도 마약 카르텔에게 희생당한 시민들과 한 나라의 명예를 더럽히는 것은 참을 수 없다는 것이 콜롬비아 사법 당국의 입장이다. 문제의 광고를 실은 월마트캐나다는 즉시 광고를 삭제하고 성명을 내 공개 사과에 나섰지만 역부족인 모양새다.

11일(현지시간) 현지신문 엘티엠포에 따르면 카밀로 고메즈 콜롬비아 국가사법방어청(ANDJE) 청장은 "월마트캐나다가 공개 사과를 했어도 피해가 가시는 건 아니다"라면서 "월마트 미국본사가 콜롬비아에 손해배상을 해야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어 고메즈 청장은 "이번 주말에 스웨터 광고 건에 대해 법적 소송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라면서 "해당 광고는 우리 나라 상품과 나라의 평판을 깎아내린 모욕이다. 그 광고를 보면 마약 카르텔에 희생된 유가족들이 어떤 심정이겠는가"라고 월마트 측을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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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85년 콜롬비아 최고법원이 포위 공격당한 사건 당시 장면. 이 사건은 1990년대 마약 시장을 휩쓴 `메데인 카르텔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왼쪽 위)가 게릴라단체 M19를 이용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았던 사법부를 겨냥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마약 카르텔이 얽힌 정계 비리와 빈곤·폭력 문제는 북미 멕시코와 콜롬비아 등 중·남미 국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출처 =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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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롬비아는 코카인 밀매로 1990년대 마약 시장을 휩쓴 '메데인 카르텔 두목' 파블로 에스코바르 고국이다. 마약 카르텔이 얽힌 정계 비리와 빈곤·폭력 문제는 북미 멕시코와 중·남미 국가의 고질적인 병폐로 꼽힌다.

앞서 9일 월마트캐나다는 "문제가 된 어글리스웨터 광고는 회사 차원에서 올린 게 아니라 제3자인 외부 판매자가 월마트 웹사이트에 올린 것으로, 이런 광고는 회사의 가치와 상관 없으며, 우리 웹사이트에 있으면 안된다고 판단해 즉시 삭제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어글리스웨터는 겨울에 따뜻하게 입기 위해 털실 등으로 벙벙하게 만든 상의를 말하는데 다소 촌스러운 듯한 디자인 탓에 '어글리'라는 말이 붙었다. 북미권에서는 연말 시즌마다 개성있는 그림 무늬가 들어간 어글리스웨터를 입고 와 파티를 즐긴다.

문제의 광고 주인공인 어글리스웨터는 산타클로스가 빨대를 들고 하늘 색 탁자 앞에 앉아 세 줄로 늘어선 하얀 가루를 보며 눈을 반짝이는 그림이 들어가 있다. 스웨터 아래 부분에는 '눈아, 내려라'(Let it snow)는 문구가 들어가 있다.

별 생각없이 보면 화이트 크리스마스 풍경같아 보이지만 알고보면 '강성 마약'인 코카인을 흡입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심지어 스웨터 제품 상세 설명에는 "산타클로스는 질 좋은 A등급 콜롬비아 눈을 손에 넣은 순간을 정말 좋아한다. 그것을 커피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놓고 고급 눈의 향을 들여마신다"고 써있어 트위터 등 사회연결망(SNS)에서 눈길을 끌었고 비난 목소리가 빗발쳤다.

다만 이번 사건은 월마트 측이 외부 광고 관리를 소홀히 한 탓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월마트는 그간 흑인 비하·트럼프 탄핵 등 불합리한 차별 정서를 유포하고 정치적 갈등을 조장할만 한 논란의 광고를 내 사과를 되풀이했는데 이번에 또 비슷한 사건이 일어났다"고 지적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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