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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3 (월)

`뉴트로` 열풍에…1억병 팔린 진로이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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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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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저녁 서울 종로구 광장시장. 거리를 가득 메운 포장마차 테이블엔 '푸른 두꺼비'가 곳곳에 놓여있었다. 한 달에 한 번 이상 광장시장에 들른다는 김병철(57)씨는 "나이가 드니 이젠 순한 맛이 좋다"며 푸른 두꺼비가 새겨진 병을 치켜들었다. 중·장년층에겐 옛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신선함을 안겨준 푸른 두꺼비는 50년 만에 돌아온 '진로이즈백'이다.

올해 4월 하이트진로가 진로이즈백을 출시할 때까지만 해도 연간 목표치는 1000만병이었다. 이 기록이 깨진 건 단 70일 만이다. 이후 진로이즈백을 찾는 사람들이 급속도로 늘면서 9월 5000만병, 11월 1억병을 차례로 돌파했다. 1초당 5.4병씩 판매된 셈이다. 진로이즈백이 최근 식품업계를 강타한 '뉴트로(New+Retro·옛것에 새로운 감성을 더한 콘셉트)' 열풍에서 가장 주목받은 브랜드로 꼽히는 이유다.

하이트진로는 "가정용 페트나 팩 제품 없이 오직 360ml 병 모델로만 이룬 성과라 의미가 깊다"며 "5060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두꺼비'와 투명한 병을 콘셉트로 내세운 점, 과거 25도였던 알코올 도수를 16.9도로 낮춰 부드럽고 깔끔한 맛을 살린 점 등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진로 전성기 때 주점을 재현한 팝업스토어 '두꺼비집'도 45일의 운영기간 동안 1만3000여명이 방문해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올해 식품업계 화두는 단연 '뉴트로'다. 뉴트로는 특정 집단이 아닌 전 연령대를 공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체들의 핵심 사업전략으로 자리잡았다. 장기간 이어진 경기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해 과거 인기 제품들을 재해석해 내놓는 경우가 늘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같은 뉴트로 붐을 타고 히트 상품도 줄을 이었다.

창립 40주년을 맞이한 롯데리아가 15년만에 재출시한 오징어버거도 뉴트로 열풍의 대표주자로 꼽힌다. 고객들이 뽑은 '다시 맛보고 싶은 제품 1위'에 선정된 오징어버거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서 시식 후기 글이 주목받은 덕분에 9월 말부터 한달간 320만개 이상 판매됐다. 해당 기간 롯데리아 전체 매출의 20%를 홀로 책임졌을 정도다. 기존의 탱글탱글한 오징어 살 패티에 혀 끝부터 전해지는 매운 맛을 강조한 것이 소비자들에게 통했다는 분석이다.

간편식의 원조인 오뚜기 3분요리(카레·짜장·미트볼) 시리즈는 누적 기준 약 5만개, 경양식 돈까스 소스는 약 8만개 팔렸다. 오뚜기 관계자는 "레트로 3분요리는 온라인 전용 제품으로 출시됐음에도 이색적인 디자인 덕분에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며 "경양식 소스는 일식이 아닌 한국식 옛날 돈까스에 잘 어울리는 데미글라스(demi-glace) 맛을 강조해 부드러움을 살렸다"고 말했다.

동원F&B가 지난달 선보인 양반김도 화제다. 1986년에 쓰인 디자인을 그대로 구현한 양반김은 출시 한달도 안돼 1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동원F&B 관계자는 "과거 사용했던 붓글씨 활자체와 전통 한국식 격자무늬를 온전히 구현했고, 김으로 흰밥을 감싼 연출 사진도 당시와 동일한 구도로 삽입했다"며 "TV광고에도 옛 CM송(commercial song)을 활용해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낸 것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37년만에 부활한 농심의 해피라면도 지난달까지 월평균 8억~9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올해 2월 재출시된 해피라면은 농심이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협업해 복고 감성을 되살린 브랜드다. 전통 국민간식인 단팥호빵도 떡고물을 입히는 등의 다양한 시도로 전 연령대를 사로잡고 있다. SPC삼립의 '떡방아 호빵'이 대표적이다. SPC삼립 관계자는 "옛스러움과 신선함을 적절히 조화한 덕분에 전년보다 매출이 10%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내년에도 뉴트로 콘셉트가 핵심 마케팅 전략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 간 협업도 더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최근 신세계푸드의 스무디킹이 광동제약과 함께 출시한 뉴트로 음료 '쌍화'가 일례다. 쌍화는 중·장년층이 주로 즐기는 전통 음료를 젊은 감각으로 재해석한 메뉴다. 매주 판매량이 25%씩 증가할 만큼 주목받고 있다.

[심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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