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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0 (금)

"캄보디아 장사 된다"소문에 국내 금융사끼리 과당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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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남방 금융한류 ◆

내년 초 미얀마 정부는 해외 은행 현지법인 설립을 허가해주는 은행업 개방에 나선다. 지난 2014년 1차, 2016년 2차에 이어 세 번째다.

미얀마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300달러에 불과하고 금융 시스템도 낙후됐지만 예대율이 5%에 달해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GDP 증가율이 6.8%를 기록했고 인구도 5200만명이 넘어 매력적인 시장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금융사들이 '제2의 베트남'으로 주목할 정도다.

2014년 1차 은행업 개방 때에 미얀마 금융당국은 한국을 철저히 외면했다. 대신 일본 싱가포르 중국 말레이시아 태국 호주 등 6개국 9개 은행에 미얀마 현지지점 설립을 허가했다. 국민 신한 기업은행이 도전했지만 신뢰도 면에서 미얀마 정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허가를 얻은 국가는 1990년대 초 미얀마에 진출해 꾸준히 신뢰 관계를 구축한 곳들이다. 반면 국내 금융사는 1997년 외환 위기를 전후해 미얀마 사무소를 전부 철수시켰다. 예비인가 결과 발표 후 국내 금융계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만도 못하다'는 자조 섞인 얘기마저 나왔다.

2차 개방 때 신한은행이 문턱을 넘었지만 2년 전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9곳은 이미 편리한 송금과 저렴한 이체수수료, 디지털뱅킹 등으로 미얀마 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은 뒤였다. 미얀마 금융시장은 현지 은행만 28곳, 여기에 외국계 은행 13곳이 무한 경쟁하는 전쟁터로 바뀐 지 오래다.

태국 또한 국내 금융사들에는 접근조차 쉽지 않다. 외환 위기 당시 태국 정부 만류에도 불구하고 현지 지점을 대거 철수한 뒤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기 때문이다. 수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2013년에 KDB산업은행이 겨우 사무소를 낼 수 있었다. 최근 태국 은행연합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한 김태영 은행연합회장은 "은행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태국 중앙은행이 한국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며 "민간과 정부가 공동으로 노력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좁은 해외 시장을 놓고 국내 금융사 간 경쟁도 치열하다. 2014년 우리은행이 캄보디아 현지 소액여신금융사를 인수하며 시장에 진출했을 때 현지서 영업하던 곳은 신한은행과 KB국민은행 단 2곳이었다. 하지만 최근 장사가 된다는 소문에 은행을 포함해 증권사, 카드사 등 국내 금융사가 너도나도 뛰어들면서 현지 진출 금융사가 17곳으로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캄보디아 인·허가는 예상이 불가능할 정도로 지지부진한데 국내 금융사끼리 경쟁하면서 중앙은행의 콧대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며 "인·허가를 단축하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고 그 금액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한 건 주의' 형태의 국내 금융사 진출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높다. 최근 동남아시아 여신금융회사 인수를 추진 중이던 A금융사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연체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데 사후관리에 대한 대책이 있느냐'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국내는 연체가 나더라도 이러한 채권을 적절하게 계열 추심회사에 넘겨 손실 규모를 줄여왔다.

반면 신남방 지역은 이러한 추심관리에 대한 대책이 전무하다. 신용정보가 부족해 리스크 관리가 어려운데 '남들이 하니까 나도' 방식의 인수 경쟁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진출한 국내 금융사들이 사후관리에 대한 대책이 없어 채권추심 등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문제점을 알면서도 신남방에서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승훈 기자 / 문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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