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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5 (토)

검찰 "화성 8차사건 국과수 조작은 사실, 범인 만들려 숫자 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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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방사선 동위원소로 체모 분석… 실제 분석한 원자력硏 결과와 달라

화성연쇄살인 8차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에 나선 검찰이 당시 국립과학수사연구소가 감정 결과를 조작한 사실을 확인했다. 윤모(52)씨를 범인으로 지목하는 결정적인 증거였던 국과수 감정서가 실제 분석을 맡은 한국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다르게 조작됐다는 것이다. 국과수 감정서는 법원이 윤씨에게 무기징역 판결을 내린 핵심 근거였다.

수원지검은 8차 사건 수사 당시 윤씨를 범인으로 최초 지목하는 데 결정적 증거로 사용된 국과수 감정서가 허위로 조작된 사실을 확인했다고 12일 밝혔다. 검찰은 "원자력연구원의 감정 결과와 국과수의 감정서 내용은 비교 대상 시료 및 수치 등이 전혀 다르다"고 밝혔다. 국과수가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와 여러 용의자의 체모 등을 한국원자력연구원에 중금속 성분 분석을 의뢰해 감정 결과를 받은 뒤, 윤씨의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보이도록 조작했다는 것이다.

검찰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1988년 9월 사건 당시 경찰은 피해자 박모(당시 13세)양의 방에서 범인의 것으로 추정되는 체모를 수집해 국과수에 감정을 맡겼다. 국과수는 장비를 보유하고 있는 원자력연구원에 의뢰해 방사선 동위원소 분석법으로 체모 성분을 분석했다. 그 결과 범행 현장의 체모에서 티타늄, 망간, 알루미늄 등의 성분이 보통 사람보다 높게 검출됐다.

경찰은 범인이 금속을 다루는 직업에 종사한다고 보고 인근 관련 업체에서 일하는 남성들의 체모를 채취해 분석 결과를 대조했다. 이 과정에서 농기계수리점에서 일하던 윤씨가 유력한 용의자로 좁혀졌다. 이때 국과수는 윤씨 체모 분석 결과와 비슷한 체모를 범인의 것으로 바꾸고 수치도 일부 조작해 감정서를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경찰은 이 감정서를 근거로 다음 날 곧바로 윤씨를 검거했다. 이에 따라 당시 경찰도 조작 과정에 가담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경찰이나 국과수의 감정서 조작의 실체가 명확하게 확인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과학수사 기법과 결과에 대한 신뢰, 형사재판에서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판단 근거가 훼손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수원지검은 "앞으로 누가 어떠한 경위로 국과수 감정서를 조작하였는지 등 모든 진상을 철저하게 규명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권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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