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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오래 전 ‘이날’]12월14일 1999년, ‘오늘’의 대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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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9년부터 2009년까지 10년마다 경향신문의 같은 날 보도를 살펴보는 코너입니다. 매일 업데이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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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들‘차라리 창업을’. 산업자원부와 중소기업청 주최로 열린「창업설명회」에서 대학생들이 강사의 설명을 주의깊게 듣고 있다. 1999년. 김순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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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14일 ‘이상의 날개’ 꺾인 세기말 상아탑

학생운동에 앞장서며 민주화를 이끈 주역, 자유와 낭만, 지식인의 표상으로 불렸던 대학생의 이미지는 시대와 함께 변화해왔습니다.

외환위기 직후 장기불황과 청년실업의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던 1990년대 후반, ‘세기말’ 대학생들은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맞이하게 되죠.

20년 전 경향신문에 실린 ‘1999년, 오늘의 대학생들’이라는 기사에는 당시 대학생들이 맞닥뜨린 현실이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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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2월14일자 경향신문 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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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이 꼭 진보적이어야만 하나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비판하는 대학생들도 있어야 하지만 꼭 모두 그렇게 하란법은 없잖아요”(이화여대 98학번 ㅈ씨)

오랜기간 대학가를 지배하던 ‘대학생은 진보적이어야 한다’는 불문율은 90년대 중반 이후 들어 크게 달라졌습니다.

이러한 분위기는 당시 대학교 총학생회장 선거에서도 살펴볼 수 있었는데요, 후보들의 공약에서 예전에 비해 사회변혁적이고 정치적인 주장은 축소되고 취업난 해결과 학내복지문제가 부각되었습니다. 이념보다 현실에 무게를 둔 공약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운동권 학생회가 주를 이루던 대학가에 비운동권 학생회 후보들이 속속 당선된 것 또한 당시로써 큰 변화였습니다.

대학사회의 이러한 변화는 점점 힘들어지는 대학생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었습니다. 바로 경기불황과 취업난이 닥쳐오기 시작한 것이지요.

기사에서는 “IMF 이후 대학에도 가속화된 신자유주의와 학부제, 엄정한 학사관리, 무한경쟁의 논리 속에서 대학생들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IMF 이후 구조조정으로 휘몰아친 취업한파는 더욱 매서웠습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97년 8월 4,7%였던 20대 실업률은 98년 같은달 2배(11.7%)가 넘게 치솟았습니다.

‘청년 실업’ 40만을 내다보며 정부는 공공근로와 인턴제 등 실업정책을 내세웠지만 일시적으로 수치상의 실업률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뿐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는 못했습니다. 인턴제는 오히려 구조조정과 정리해고로 부족해진 노동력을 싼 값에 대체하는 제도로 악용되는 부작용까지 낳았죠.

과거와는 달라진 경제적 입장도 대학생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었습니다. 기업의 구조조정의 여파로 일부 중산층과 서민층에 불어닥친 가정붕괴 현상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99년 5월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당시 대학생 3명중 1명꼴인 48만3679명이 취업난 등으로 휴학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학교 밖으로 내몰릴수밖에 없었던 대학생들의 현실을 나타낸 수치였습니다.

“대학생활을 ‘포기’하면서까지 취직 준비를 해야하는 현실이 서글프다”

20년 전 대학생이 한탄한 현실은 지금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제 스펙쌓기와 취업준비로 채워진 ‘대학생활’에 대한 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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