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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자신의 약점도 솔직히 드러내야 용기 있는 리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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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심리학자이자 名 강연자 '대담한 리더십' 기르는 법 담아

리더 자신 혹은 조직의 취약성 솔직히 밝히고 인정할 용기 필요

완벽주의는 가장 큰 방해 요소… 직원 수치심·모욕감 조장은 최악

조선일보

리더의 용기|브레네 브라운 지음|강주헌 옮김|갤리온|428쪽|1만8000원

"여러분, 외로우십니까?"

미(美) 공군 소속 데데 하프힐 대령은 피곤함을 호소하며 기지 운용 속도를 늦춰달라고 말하는 항공병들에게 이렇게 물었다. 마흔 명 중 열다섯 명가량이 "그렇다"며 손을 들었다. '외로움' 같은 감정적 단어는 군(軍) 리더십 교범에서 금기로 여겨져 왔지만, 담대하게 '외로움'이라는 말을 끄집어낸 효과는 놀라웠다. 병사들은 마음을 열고 대화했고, 지휘관은 과도한 업무와 탈진 문제를 해결할 통찰을 얻었다. 대령은 답했다. "나도 마음이 아픕니다. 여러분이 정말 피곤한 것에 불과하다면, 나는 리더로서 여러분에게 휴가를 줄 것입니다. 하지만 외로움이 진짜 문제라면 휴가나 혼자만의 시간을 주는 것으로는 해결은커녕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킬 수도 있습니다."

'대담한 리더십(Daring Leadership)'을 기르는 법에 대한 책이다. 저자인 미국 심리학자 브레네 브라운(65)은 TED 강연 조회수가 5700만 회 넘는 명(名)강연자. 빌 게이츠 부부를 비롯한 실리콘밸리 사업가들 상담역을 맡고 있다.

'대담한 리더십'이라니 강력한 통제와 냉혹함을 특징으로 하는 마키아벨리즘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 반대에 가깝다. 저자가 초점을 맞추는 건 '취약성(vulnerability)'이다. 리더 자신의 취약성이든, 조직의 취약성이든, 조직원들에게 그를 솔직하게 드러내고 인정할 줄 아는 것이 진정한 '용기'라고 말한다. 이를테면 하프힐 대령이 '외로움'이라는 거북한 문제를 끄집어내고, "나도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하게 고백한 것이 '취약성'을 드러낸 전형적인 사례다. "대담성은 '나는 실패를 기꺼이 각오할 것'이란 뜻이 아니다. '내가 결국 실패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41쪽)

조선일보

지난 11일 보스턴에서 열린 '2019년 매사추세츠 여성 콘퍼런스'에서 강연하는 브레네 브라운. "강건한 등, 온화한 가슴, 용맹한 심장"이 그의 모토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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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주의'는 '대담한 리더십'의 가장 큰 방해 요소로 꼽힌다. 많은 리더가 완벽주의를 추구하지만, 이는 비난과 심판에서 비롯되는 고통스러운 감정이나 수치심을 피하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는 방어적인 몸부림일 뿐이다.

'냉소주의와 빈정거림'으로 조직원의 수치심을 유발하는 리더도 최악이다. 저자는 묻는다. "당신의 조직에도 집단 따돌림을 행하고, 부하 직원을 동료들 앞에서 비난하고, 공개적 질책을 서슴지 않고, 당혹감과 수치심, 모욕감을 의도적으로 조장하는 사람이 있는가?" 슬프게도 '수치심'과 '책망'은 전 세계에 만연한 조직 관리법이다. "직원들에게 관리의 수단으로 수치심 유발을 전혀 사용하지 않는 조직을 만난 적은 없다."(192쪽)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빼앗아가는 시대, 리더로서의 경쟁력은 정서적 문해력(emotional literacy)과 공감 능력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노동 인구의 35%를 구성하는 밀레니얼 세대와 소통하고 일하기 위해서도 공감 능력은 필수다. 하지만 단순한 '동조(sympathy)'는 금물. 이는 오히려 진심 어린 '공감(empathy)'을 가로막는다. "그래 정말 힘들겠어!"라며 안쓰러워하는 것이 아니라 "나도 그래(Me, too)"라며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라는 암시를 주는 것이 '공감'이다. 조직원에 공감하며 그들의 말을 경청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감정까지 책임질 필요는 없다. '명확한 경계'가 중요하다고 저자는 조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이 '2019 CEO가 꼭 읽어야 할 책'으로 꼽았다. CEO뿐 아니라 조직의 중간 관리자급에게도 권하고 싶은 책이다. 미국 책이지만 남의 눈이 무섭고 망신당할까 두려워 '대담한 시도'를 두려워하는 우리 기업 문화 개선에도 참고할 만하다.

2016년 '브레이브 리더스'라는 교육기관을 설립해 CEO로도 활동하고 있는 저자에게는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연설문 중 이 구절이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비평하는 사람은 중요하지 않다. 명예는 이 순간에 서 있는 투사의 몫이다. 최악의 경우에 실패하더라도 대담하게 뛰어든 시도 후의 실패다." 원제 Dare to Lead.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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