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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박소령의 올댓 비즈니스] '더 열심히 노력하자'는 전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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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전략 나쁜 전략

조선일보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2020년 사업 계획 시즌이다. 2019년을 돌아보며 새해 목표와 달성 방법, 필요 자원을 놓고 조직마다 논쟁·숙고하고 있을 것이다. 이 시즌에 걸맞은 책을 골랐다. 제목은 '전략의 거장으로부터 배우는 좋은 전략 나쁜 전략'(센시오). 1942년생인 리처드 루멜트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1976년부터 UCLA MBA에서 경영전략을 가르쳐왔다. 2011년에 나온 이 책은 파이낸셜 타임스와 골드만 삭스가 선정한 올해의 비즈니스 도서 최종 후보 6권에 들기도 했다.

루멜트 교수는 의미가 광범위한 개념은 힘을 잃는다면서, 전략이라는 말을 남발하는 오늘날 현실을 지적한다. 마케팅을 '마케팅 전략'으로, 인수·합병을 '성장 전략'으로, 단순한 가격 인하도 '저가 전략'으로 말을 붙이는 것은 전략의 깊이를 한없이 얕게 만든다고 일갈한다. "'이길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전략이에요'라는 어떤 CEO의 말은 의미 없는 구호일 뿐 전략이 아니다."

좋은 전략이란 단순하고 명확해서 수십 장짜리 파워포인트도, 복잡한 도표도 필요 없다. 좋은 전략은 직면한 문제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그것을 극복할 해결책을 제공한다. 좋은 전략은 중요한 문제에 한결같이 대응하는 것이며, 구체적 행동 계획은 전략의 핵심이다. 좋은 전략은 목표를 달성하고자 자원과 리더십을 어디에, 어떻게 발휘할지 선택하는 것이다. 유능한 리더란 노력에 따른 효과를 최대로 높일 수 있는 핵심 사안 한두 개에 초점을 맞춰 자원을 집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조선일보

나쁜 전략도 있다. 전략을 목표를 정하는 것으로 혼동할 경우, 실행에서 길을 잃는다. 그래서 나쁜 전략은 뻔한 목표나 구호를 제시할 뿐, 구체적 행동을 지시하지 않는다. 나쁜 전략은 선택과 집중의 힘을 무시하고, 모든 면을 두루 만족시키려고 어려운 선택을 피한다. 나쁜 전략은 부정적 생각이 들까 봐 문제 분석을 의도적으로 피한다. 나쁜 전략은 "더 열심히 노력하자"는 피상적 방법론에 의존해서 여러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려 한다.

여기까지 읽고 뜨끔거리는 부분이 있다면 책의 전문(全文)을 꼭 읽기를 권한다. 우리 조직은 전략에 따라 일관적으로 선택과 집중을 하고 있는지, 아니면 전략이라 착각하고 일을 이것저것 벌이고 있는지 냉정하게 점검하는 수단으로 훌륭한 책이다.





[박소령 스타트업 퍼블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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