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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3 (금)

[어린이 책] 우리 왕자님은 드레스를 좋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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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왕자와 드레스메이커ㅣ젠 왕 지음ㅣ김지은 옮김ㅣ비룡소ㅣ288쪽ㅣ1만6000원

벨기에 왕자 세바스찬에겐 숨기고픈 비밀이 하나 있다. 공주처럼 발레리나처럼 나풀거리는 드레스를 입는 걸 좋아한다는 것이다. "제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말아 줘. 나는 왕의 외아들이야. 만약 왕자가 치마를 입고 다닌다고 소문이라도 나면 우리 왕가는…." 그러나 파리의 한 의상실에서 말단 재봉사로 일하던 소녀 프랜시스는 울먹이는 왕자에게 단언한다. "우린 서로 도울 수 있어요!" 그러곤 왕자의 드레스룸에 숨어 살며 그에게 꼭 맞는 드레스를 척척 만들어준다.

프랜시스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사교계를 누빈 세바스찬은 곧 패션 수도 파리에서 모두의 눈을 사로잡는 아이콘이 된다.

거리엔 프랜시스의 디자인을 베낀 '짝퉁' 드레스가 넘쳐난다. 신분은 달라도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도움을 줬기에 단단할 줄 알았던 둘의 우정이 점차 일그러지기 시작하는 대목이 바로 여기다. "내 디자인!"이라고 밝히고 디자이너로 성공하고 싶은 프랜시스와, 그랬다간 자신의 남다른 취향이 세상에 까발려져 부모를 실망시킬까 봐 두려운 세바스찬은 다툼 끝에 헤어진다.

재주 있는 청춘 남녀의 사랑과 정체성에 대한 고민, 가족 등 타인과 관계에 대한 성찰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그래픽노블이다. 세바스찬의 갈등과 프랜시스의 꿈, 그런 그들을 날카롭게 옭아매는 세인들 편견이 빈틈없이 맞물려 있다. 프랜시스가 만든 드레스를 입고 패션쇼에 올라 당당히 아들의 삶을 응원하는 왕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올해 만화계 아카데미상 '아이스너 상'과 앙굴렘만화축제 '젊은 독자상'을 받았다.

[김경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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