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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하도급 갑질대책]대·중소상생 정착vs경영활동 위축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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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중기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 발표

중기중앙회에 하도급대금 조정 신청 권한 부여 추진

5.4조 규모 상생형 벤처펀드 조성 "대·중소 상생협력 정착할 터"

재계 "과도한 중소협력사 보호 정책에 경영 위축" 주장도

이데일리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왼쪽)과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에서 이야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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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강경래·권오석 기자] 정부가 대·중소기업 간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상생형 프로그램을 확산하기 위한 대책을 내놨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한편, 5조 4000억원 규모로 상생형 벤처펀드도 조성하기로 한 것. 중소기업계는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반색을 드러냈다. 반면 재계 일각에서는 지나친 중소협력사 보호정책으로 인해 경영 활동이 위축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더불어민주당과 공정거래위원회,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는 이날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당·정·청 을지로 민생현안회의를 열고 ‘대·중소기업 거래관행 개선 및 상생협력 확산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정책은 대·중소기업 간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을’인 중소기업의 힘을 키워 ‘갑’인 대기업과 대등하게 협상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목적을 뒀다.

대책에 따르면 우선 정부는 납품대금 조정신청제도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해 중기중앙회에 하도급대금 조정신청 권한을 부여하는 법 개정(하도급법 및 상생협력법)을 추진하기로 했다. 조합이 협의 중인 사안 중 조합이 요청하고 수급사업자(하도급 업쳬)가 동의한 경우 등 일정요건 하에서 중기중앙회에 협의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중소기업계는 그간 조합을 통한 납품대금 조정 비율은 0.9%에 불과했으며, 협상력 격차 등 이유로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이 조합과 원사업자 간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 추진을 통해 조합보다 높은 협상력을 보유한 중기중앙회가 중소기업과 조합을 대신해 대기업 등 원사업자와 대금 조정 협상에 나설 수 있게됐다.

또한 정부는 대·중소기업 간 협력관계를 증진시키기 위해 2차 협력사 이하로의 상생결제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상생결제액은 매년 증가하고 있으나 ‘구매기업→1차 협력기업’ 상생결제 비중은 98.8%인 반면, 1차 이하 협력사 상생결제 비중은 1.2%(4.4조) 수준으로 미흡하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1차 이하 협력사 상생결제를 독려하도록 공정거래협약 평가의 상생결제 활용실적 만점기준을 상향(현 1.7%→연차별 상향 최대 10%)한다.

뿐만 아니라 대기업과 금융사 등 민간이 자율적으로 창업·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상생형 벤처펀드도 5.4조원 규모로 조성한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산업과 소재·부품·장비, 스케일업 분야 등 중소·벤처기업 투자 확대가 필요한 분야를 중심으로 민간의 투자를 유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밖에 중기부의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으로 선정될 시 향후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과 출입국 우대 등 인센티브도 부여한다. 자상한 기업이란 기업이 보유한 인프라와 상생 프로그램, 노하우 등을 중소기업·소상공인 등 협력사와 미거래기업까지 공유하는 상생협력 제도다. 현재까지 네이버와 삼성전자 등 9호에 걸쳐 자상한 기업 협약이 체결됐다.

중소기업계는 “대·중소기업 간 공정한 거래질서 확립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는 평가를 내놨다. 중기중앙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상황에서 정부가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고 자발적 상생협력 문화 정착을 위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내놨다”며 “영세한 협동조합을 대신해 대기업과 직접 납품단가를 협상할 수 있도록 하면서,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움을 느꼈던 납품단가 제값받기 문제가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반면 대기업 등 재계에서는 정부가 계약 당사자 간 거래관계까지 지나치게 개입하면 경영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거래는 계약 당자사간 자유로운 의사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사적자치의 원칙’이 있는데, 이번 정부 발표 내용을 보면 제3자인 중기중앙회가 지나치게 개입할 수 있는 소지가 있다”며 “국내외 경기가 침체한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중소협력사 보호정책까지 펼치고 있어 원사업자인 대기업 입장에서는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러한 이유로 대기업들이 사업장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향후 중소협력사들은 거래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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