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입법부 수장을 행정부 2인자에 文대통령 “주저함 있었지만 모셔”
丁 “경제 살리기-국민통합에 주력”… 보수 야당 “삼권분립 질서 무시”
“무거운 책임감” 허리 숙여 인사 17일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정세균 전 국회의장이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시작하기 전 인사하고 있다. 국회 인준을 거쳐 임명된다면 국회의장 출신 첫 총리가 된다. 정 후보자는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임명된다면)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차기 국무총리 후보자로 국회의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정세균 의원을 지명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투표를 통과하면 사상 첫 국회의장 출신 총리가 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춘추관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문재인 정부 제2대 국무총리로 정 의원을 모시고자 한다”며 “새 총리 후보자는 서로 화합하고 협력하며 민생과 경제를 우선하도록 내각을 이끌고, 국민께 신뢰와 안정감을 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정 후보자 지명 배경에 대해 “우선 경제를 잘 아는 분”이라며 “6선의 의원으로 당 대표와 국회의장을 역임한, 풍부한 경륜과 정치력을 갖췄다”고 했다. 1950년 전북 진안에서 태어난 정 후보자는 전북 전주 신흥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한 뒤 쌍용그룹 임원을 거쳐 정계에 입문했다. 문 대통령은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면서도 “갈등과 분열의 정치가 극심한 이 시기에 야당을 존중하고 협치하면서 국민의 통합과 화합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당초 문 대통령은 김진표 의원을 차기 총리로 검토하다 진보진영의 반대에 부딪히자 정 후보자를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후보자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 로비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가가 안팎으로 매우 어려운 시기에 총리라는 중책에 지명돼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경제 살리기와 국민 통합에 주력하겠다”고 했다.
다만 입법부의 수장인 국회의장 출신이 행정부 2인자인 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첫 사례인 만큼 국회 인준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정 후보자 지명에 대해 논평을 내고 “70년 대한민국 헌정사의 치욕이고, 기본적인 국정질서도 망각한 정권의 폭주를 보여주는 폭거”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김정화 대변인은 “당 대표가 법무부 장관으로, 국회의장이 국무총리로 지명된 건 삼권분립에 침을 뱉는 후보 지명”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총리인 이낙연 총리에 대해 “자신의 정치를 할 수 있도록 놓아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복당을 기정사실화했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김지현·이지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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