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4 (화)

이슈 국회의장과 한국정치

역대 국회의장들 “의장출신 총리 말 안 돼” “총리감 없었을 것”

댓글 1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정세균, 후배 의장에 예 갖춰야 할 상황 “삼권분립 의미 결코 가볍지 않다”
한국일보

정세균 국무총리 후보자가 1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위해 발언대로 향하고 있다. 오대근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역대 국회의장들은 국회의장을 지낸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행정부 2인자인 국무총리 후보자로 지명된 데 대해 착잡한 심정을 숨기지 못했다.

전직 의장들은 ‘입법부 권위 훼손’을 가장 우려했다. 새누리당(자유한국당 전신) 소속이었던 강창희 전 의장(19대 국회 전반기)은 18일 본보 통화에서 “별로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면서도 “(국회의장 출신이 총리가 되는 것은) 70년이 넘는 대한민국 의정사에서 상상도 해보지 못한 이야기로, 한마디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의장도 “후배 국회의장을 나무라는 것 자체가 국회 품격을 떨어뜨리는 일이라 언급하고 싶지 않다”고 전제한 뒤“국회의장 자리가 의전서열 2위가 된 의미를 헤아려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헌법에 명시된 3권 분립의 의미는 결코 가볍지 않다”고 했다.

정 후보자가 국회 인준을 받아 총리로 임명되면, 국회 본회의가 열릴 때마다 ‘후배 국회의장’에게 경례를 해야 한다. 20대 국회 전반기(2년) 국회의장이었던 정 후보자가 20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인 문희상 의장에게 예를 갖춰야 하는 셈이다. 국가 의전서열상 국회의장은 대통령에 이은 2위이고, 총리는 5위다. 백두진, 정일권 전 총리처럼 국무총리와 국회의장을 모두 지낸 사례가 있긴 하지만, 두 사람은 총리직을 수행한 이후 국회의장을 맡아 의전서열을 거스르진 않았다.

여당 출신 의장들은 말을 아꼈지만, 정 후보자의 총리행을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17대 국회 전반기 의장을 지낸 김원기 민주당 상임고문은 “후배 의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건 적절치 않다”면서도 “과거 대통령이 국회의장 출신 인사를 총리로 시키려고 하는 시도는 별로 없었는데, (문재인 대통령에게) 마땅한 총리감이 있었으면 굳이 (정 후보자를) 지명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17대 국회에서 열린우리당 몫으로 후반기 의장을 지낸 임채정 전 의장도 “여러 논란이 일 것이라는 것 몰랐을 리가 없을 텐데, (문 대통령이) 당 (當ㆍ마땅하다), 부당(不當)을 떠나 여러 고심 끝에 결정한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승임 기자 choni@hankookilbo.com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